“노벨문학상 덕분에…” 장애인 문학상 상금 오르는 사연

2024-10-13

구상솟대문학상 상금 300만원 → 500만원

익명 후원자, 노벨상 계기로 2000만원 쾌척

“더욱 내실있는 장애 문인들 등용문 될 것”

국내 장애인 문학계의 권위있는 상으로 꼽히는 ‘구상솟대문학상’ 상금이 인상된다. 소설가 한강이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뒤 ‘장애 문인들에게 선물을 드리고 싶다’는 익명의 후원자가 선뜻 거액을 쾌척한 덕분이다. 구상솟대문학상은 20세기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 구상(1919∼2004)이 기부한 2억원을 기금으로 제정된 상이다.

13일 한국장애예술인협회(대표 방귀희)에 따르면 지난 10일 스웨덴 한림원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발표한 뒤 누군가 협회로 연락을 취해왔다. 그는 ‘신분을 밝히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구상솟대문학상 상금 인상을 위해 2000만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원자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과거 노벨문학상 후보에 몇 차례 올랐던 구상 선생님 생각을 하면서 선생님께서 평소 아끼시던 장애 문인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드리고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구상 시인은 1990년 장애인 문학지 ‘솟대문학’ 창간을 준비하던 때부터 장애 문인들에게 큰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상 시인이 기부한 2억원을 기금 삼아 제정된 구상솟대문학상은 그동안 매년 수상자에게 300만원의 상금을 지급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2000만원 후원을 추가로 받으며 향후 10년간 200만원씩 올린 500만원 상금을 지급할 재정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를 두고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내부는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효과가 장애인 문학에도 나타난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방귀희 대표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장애인 문학지 ‘솟대문학’이 경영난으로 폐간된 후 장애인 문학이 중심을 잃었을 때에도 구상솟대문학상은 시상이 이뤄져 지금까지 34명의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장애인 문학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며 “상금이 인상된 만큼 앞으로 더욱 내실있는 장애 문인들의 등용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구상 시인은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과 살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수많은 작품으로 한국 시 그리고 문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생전 노벨문학상 후보에 두 차례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9월 고인의 선종(善終) 20주기를 기리고자 서울 여의도 도로 일부에 ‘구상 시인 길’이란 이름이 붙고 표지석도 세워졌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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