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과 같은 스펙터클함 없지만”…연극 ‘지킬앤하이드’의 매력 [D:현장]

2025-03-11

뮤지컬로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지킬앤하이드’가 연극, 그것도 1인극으로 관객을 찾는다.

이준우 연출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TOM2관에서 ‘지킬앤하이드’ 프레스콜에 참석해 “원작은 물론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가 매우 유명하고, 배우들도 유명해서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1인극으로 ‘지킬앤하이드’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도전해보고 싶었다”면서 “특히 변호사 워터슨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작품을 기획한 배경을 설명했다.

연극 ‘지킬앤하이드’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원작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1886)를 1인극 형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원작의 주인공인 지킬이 아닌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변호사이기도 한 어터슨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해 지킬과 하이드의 비밀과 갈등, 그로 인한 사건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다.

무대는 철저하게 절제된 구성으로, 조명과 사운드가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와 함께 무대를 채우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배우의 몸짓과 표정, 음성이다. 특히 1인극인 만큼, 한 명의 배우가 오롯이 무대를 책임진다.

이 연출은 “배우들이 무대를 도살장이나 사형장 그리고 권투로 치면 링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숨을 곳도, 기댈 곳도 없이 가혹하고 힘든 무대”라며 “음향과 조명을 통해 관객들의 상상을 넓혀주고 싶었는데 한계가 있어서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배우들이 더 힘들었을 텐데, 자유롭지 못한 환경에서도 훌륭하게 멋진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배우들도 90분의 무대를 책임져야 하는 만큼 그 부담감을 토로했다. 뮤지컬 배우로 주로 무대에 올랐던 고훈정은 “지금이 아니면 1인극에 도전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면서도 “대본을 보고 분량이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이 분량을 다 외울 수 있을지, 인물을 구축하는 게 될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은 채 도전하고 부딪히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수화물 먹어야 머리가 잘 돌아간다고 해서 평소 먹지 않던 밥까지 먹어가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노력했다. 덕분에 얻은 것도 많고, 앞으로 계속될 공연을 통해서 무엇을 더 얻은지 기대되 된다”며 “뮤지컬과 달리 1인극은 관객석과 무대의 ‘막’이 없는 느낌이다. 그래서 더 살아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오랜만에 대학로 연극 무대에 오른 최정원 역시 “A4 용지 68페이지 분량의 대본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외웠다. 이젠 자면서도 꿈속에서 매일 공연을 할 지경”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그는 “무엇보다 오랜만에 대학로에 오니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부럽지 않다. 그간 만나지 못했던 선후배들을 만나면서 친정으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고, 초심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듯하다”고 말했다.

동명 뮤지컬의 화려한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무대와는 확실히 대비된다. 또 극중 하이드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이 연출은 “하이드의 존재를 철저히 숨겼다. 하이드를 형상화시키거나, 외형을 만들어 제시한다기 보다 관객의 몫으로 던지고 싶었다. 스펙타클함이 덜할 수 있지만 빛과 그림자를 통해 가려진 부분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이라며 “또 지킬앤하이드를 소개하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도착지점에 다다라서는 관객들에게 ‘우리만의 하이드가 있을 수 있다’는 질문까지 가닿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작품엔 최정원, 고훈정과 함께 백석광, 강기둥이 출연한다. 모두 같은 역할을 나눠 연기하지만, 이들이 표현하는 캐릭터는 다른 인물로 보일 만큼 각자의 색이 뚜렷하다. 이 연출은 “배우들이 공연을 해 온 배경과 과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해석과 색깔을 최대한 잘 살리고 싶었다. 같은 워터슨이지만 배우들도 이 이야기를 풀어갈 때 각자의 색깔이 드러난다. 관객분들이 네 배우의 다양한 색깔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높였다.

연극 ‘지킬앤하이드’는 5월6일까지 대학로TOM 2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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