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킬로이 ‘새가슴’ 오명 딛고 생애 첫 ‘그린재킷’… 커리어 그랜드슬램 완성

2025-04-14

14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555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제89회 마스터스(총상금 2100만달러) 최종 4라운드. ‘소문난 장타자’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는 17번 홀(파4)에서 결정적인 버디를 낚아 먼저 경기를 마친 저스틴 로즈(45·잉글랜드)를 한타차로 제치고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마지막 홀을 파로 막기 만해도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 하지만 오거스타는 마스터스에만 출전하면 작아지는 매킬로이의 우승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그는 18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린 뒤 1.5m의 짧은 파 퍼트를 놓쳐 그만 연장전으로 끌려가고 말았다. 18번 홀에서 치러진 연장전은 로즈가 유리해 보였다. 매킬로이는 이날 한타를 잃은 반면, 로즈는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은데다 6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둘렀기 때문이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매킬로이는 주무기인 장타로 과감한 승부를 걸었고 우승의 여신은 그에게 미소 지었다. 드라이브샷을 로즈(279야드)보다 휠씬 먼 314야드를 날린 매킬로이는 두 번째 샷을 홀 1m 거리에 바짝 붙인 뒤 가볍게 버디를 낚아 파에 그친 로즈를 따돌렸다. 매킬로이는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그린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포효하며 뜨거운 감동의 눈물을 쏟았다.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는 이날 버디 6개, 보기 3개, 더블보기 2개를 묶어 한타를 잃었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한 매킬로이는 로즈와 동타를 뒤 연장 혈투 끝에 감격스러운 마스터스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은 420만달러(약 60억원). 2007년 프로에 데뷔한 뒤 4대 메이저 중 유일하게 마스터스 우승이 없었던 매킬로이 17번째 마스터스 도전에서 드디어 꿈에 그리던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조각을 맞췄다. 매킬로이는 앞서 2011년 US오픈, 2012년 PGA 챔피언십, 2014년 디 오픈과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PGA 투어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진 사라젠, 벤 호건(이상 미국), 게리 플레이어(남아프리카공화국),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에 이어 매킬로이가 6번째다. 특히 우즈가 2000년 그랜드슬램을 완성한 뒤 25년 만에 새로운 주인공이 탄생했다. 11년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을 추가한 매킬로이는 시즌 3승을 거두며 개인 통산 29승 고지에 올라섰다. 매킬로이는 우승 뒤 “마지막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2014년 8월 이후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이라는 과제 때문에 늘 부담감을 안고 살아왔다”며 “우승자에게 주는 이 멋진 옷(그린재킷)을 입을 수 있을까하는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지만 결국 해냈다. 평생 꿈꾸던 순간이 이뤄졌다. 골프 인생에서 단연 최고의 날”이라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매킬로이는 2009년부터 마스터스에 출전했지만 마치 ‘저주’에 걸린 것처럼 오거스타에만 오면 샷이 흔들렸다. 2011년 마스터스 최종라운드에서 공동 2위에 4타 앞선 단독 선두로 출발했지만 무려 8타를 잃으며 무너졌고 2018년에도 최종일 챔피언 조에서 시작했지만 오버파 스코어를 내 패트릭 리드(미국)에게 우승을 내줬다. 2022년에는 최종일 8언더파를 몰아쳤으나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를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2014년 7월 디 오픈을 제패한 이후 2015년부터는 마스터스에만 오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부담감에 짓눌려야 했다. 다른 메이저 대회에서도 우승을 추가하지 못해 ‘메이저 울렁증’, ‘새가슴’이란 얘기까지 들어야 했다. 더구나 지난해 6월 US오픈 최종라운드 18번 홀(파4)에선 1.2m 거리의 파 퍼트를 놓쳐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에게 우승을 내준 뒤 한동안 극심한 충격에 시달려야 했다.

이날도 오거스타는 매킬로이에게 쉽게 우승을 내주지 않았다. 2타 차 단독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매킬로이는 1번 홀(파4)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 벙커에 빠지면서 더블 보기를 적어내 챔피언조 브라이슨 디섐보(32·미국)에게 선두를 뺏겼다. 하지만 디섐보가 3~4번 홀에서 보기를 범했고 매킬로이는 이 두홀에서 버디를 잡아 다시 3타차로 앞서갔다. 챔피언조의 승부는 싱겁게 끝나는 듯 했지만 이번엔 다른 조의 로즈가 7~8번 홀, 11~13번 홀에서 순식간에 5타를 줄이며 무섭게 치고 올라 왔다. 반면 매킬로이는 13번 홀(파5)에서 세번째 샷이 물에 빠지며 다시 더블보기를 범했고 14번 홀(파4)에서도 한 타를 잃어 로즈에게 단독 선두를 내줬다. 매킬로이가 15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냈지만 로즈는 18번 홀(파4) 버디로 끝까지 매킬로이를 압박하며 경기를 먼저 마쳤다. 매킬로이는 17번 홀(파4)에서 버디를 낚아 한 타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지만 18번 홀 뼈아픈 보기로 연장전을 허용했다.

지난해 우승자인 셰플러는 4위(8언더파 280타)에 올랐고 임성재(28·CJ)는 3타를 줄이며 공동 5위(7언더파 281타)에 올라 2020년 준우승, 2022년 공동 8위에 이어 마스터스에서 3번째 톱10에 들었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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