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90도 인사 사진에 붙은 ‘화룡점정’ 사진제목은?

2025-04-18

※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12·3 비상계엄을 선포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을 앞두고,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파면으로 민간인 신분이 된 윤 전 대통령 법정 출석 장면에 대한 언론사 촬영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윤 전 대통령이 지하주차장을 통해 비공개 출석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경호처의 요청도 수용했습니다. 피고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공공의 이익이 상당하다’ 판단하면 재판부가 촬영을 허가할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14일 월요일자 1면 사진으로 윤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이 들어설 법원 정문 앞에 설치된 통제 안내판 사진을 골랐습니다. 윤석열 지지자들의 서부지법 난입·폭력사태 이후 법원 출입과 촬영이 엄격해졌습니다. 한 번 통제하기 시작하면 그 전으로 잘 돌아가지지 않습니다. 이런 사진을 쓴다는 건 씁쓸한 일입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민간인 윤석열에 대한 특혜는 없어야지요.

■4월 15일

윤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첫 형사재판 법정에 섰습니다. 그는 총 93분간 직접 발언을 하면서 검찰의 공소사실은 물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인정된 사실까지 모두 부정했습니다. 이날 법원의 방침대로 윤 전 대통령의 법정 출석에 대한 언론의 촬영은 불허됐습니다. 윤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은 중앙지법에서 500m 거리에 있는 자택을 빠져나와 바로 법원 주차장으로 향했지요.

이날 많은 사진기자들이 경호차에 탑승한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을 담으려 했습니다. 외부는 밝고, 차 안은 어두웠습니다. 선팅이 된 차창을 통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확률이 높지 않지요. 미리 선택한 자리에서 단 한 번의 셔터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화요일자 1면 사진은 그렇게 찍힌 장면입니다. 희미한 윤곽 정도로만 보이는 사진이지만, 또렷하게 찍힌 사진보다 이날 재판 기사의 느낌에는 더 어울린다 싶었습니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았습니다. 매년 참사일을 하루 앞두고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목포신항이나 사고 해역과 가까운 진도 팽목항을 찾습니다. ‘잊지 않겠다’는 다짐의 노란 리본은 여전히 바람에 날리고 있습니다. 매년 조금씩 더 빛이 바래고 바람에 뜯겨 작아져 가는 리본을 보면서 11년 전 팽목항 현장을 또렷하게 떠올립니다. 밤 추위 속에서 먼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이 잡힐 듯 또렷합니다. 절규와 오열 같은 단어로 감히 담을 수 없는 울음이 환청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일개 사진기자의 경험도 이러한데 유가족들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흐르는 세월에도 무뎌지지 않는 슬픔이 있습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했지만, 이후로도 우리 사회 곳곳이 여전히 ‘세월호’라는 것을 아프게 경험했습니다. 매년 같은 날 세월호 사진을 1면에 쓰는 것은 잊지 않겠다는, 잊지 말자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 철조망에 걸린 노란 리본들이 지금도 바람에 나부끼고 있습니다. 1면 사진입니다.

■4월 17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이재명 전 대표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기호순)가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3파전을 펼칩니다. 충청권을 시작으로 4개 권역별 순회 경선이 이어집니다. 영남과 호남을 거쳐 마지막 수도권 경선일인 오는 27일 최종 승자가 확정됩니다. 경선 후보 셋은 이날 후보 등록 후 처음 한자리에 모여 공명선거 실천 서약을 했습니다. 오후에는 일제히 세월호 기억식이 열리는 안산으로 달려갔습니다.

1면 사진은 세 후보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 대해 묵념을 하는 장면입니다. 행사에 불참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비어있는 의자를 강조한 사진도 1면 후보로 거론이 됐습니다만, 지난해에 유사한 윤 전 대통령의 빈자리를 썼던 터라 탈락했습니다. 이날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모두 불참했습니다.

■4월 18일

정부가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렸습니다. 올해 신입생 1509명을 더 뽑은 지 1년 만에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정부는 의대교육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강조했던 ‘의대생 전원 수업 복귀’라는 조건마저 철회하고 ‘백기’를 들었습니다.

1면 사진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발표한 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모습입니다. 발표 사진보다 발표 전후의 동작과 표정으로 이날 뉴스를 해석한 사진들이 여럿 마감됐습니다. 표정도 잘 보이지 않는 부총리의 90도 인사 사진을 골랐습니다. 단순한 인사의 의미를 넘으려 한 사진에 ‘화룡점정’ 같은 제목이 붙었습니다. <꺾인 ‘의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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