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4차 발사 초읽기…‘사상 최다 위성’ 싣고 우주로

2025-11-16

누리호, 27일 새벽 고흥 나로우주센터 이륙

역대 누리호 중 가장 많은 ‘위성 13기’ 탑재

주탑재 ‘차세대중형위성 3호’…오로라 등 관찰

큐브위성 12기…인하대, 돌돌 마는 전지판 탑재

우주 쓰레기 해결·추력기 없는 위성 제어 시연

오는 27일 0시54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시도될 ‘누리호’ 4차 발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누리호는 같은 제원과 성능을 지닌 기체를 잇달아 발사해 기술적인 신뢰성을 높이는 ‘반복 발사’ 과정에 있다. 신형 자동차를 일정 기간 도로에서 달리게 하면서 부품 성능·내구성을 확인하는 것과 비슷한 절차다.

누리호는 단순히 우주로 날아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자력으로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로 수송하는 임무에도 나서고 있다.

4번째 누리호에는 위성이 모두 13기 실린다. 2021년부터 발사된 역대 누리호 가운데 탑재한 위성이 가장 많다. 국내 연구기관과 대학, 기업이 제작한 특이하고 기발한 위성들로 누리호 화물칸이 가득 채워졌다. 우주항공청은 지난 14일 누리호에 탑재될 위성 특징을 보여주는 설명회를 열었다.

누리호에 탑재될 ‘형님’ 격 위성은 차세대 중형위성 3호다. 주탑재 위성으로 불리며, 가장 크고 무겁다. 폭 1.92m, 높이 1.76m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개발했으며, 무게는 516㎏이다.

차세대 중형위성 3호는 고도 600㎞에서 극지방 근처 상공을 일정 시점마다 지나는 궤적을 그리며 지구를 돌 예정이다. 럭비공을 닮은 트랙을 같은 속도로 하염없이 도는 육상 선수와 비슷하다. 우주과학계에서는 이런 지구 상공의 길을 가리켜 ‘태양동기궤도’라고 부른다.

차세대 중형위성 3호가 태양동기궤도를 돌 예정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오로라와 대기광(대기가 스스로 빛나는 현상) 관측 카메라 ‘로키츠(ROKITS)’, 우주 플라스마와 자기장 측정기 ‘아이엠맵(IAMMAP)’을 내부에 싣고 있기 때문이다.

로키츠는 북극과 남극 하늘에 뜨는 오로라를 관찰하고, 아이엠맵은 우주 플라스마 현상 등이 잘 보이는 극지방 높은 고도의 공중 환경을 살피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 관측 조건이 동시에 나타나는 곳이 태양동기궤도다.

지구 자전을 고려해 태양동기궤도에 차세대 중형위성 3호를 집어넣으려면 한국의 지리적 위치에서는 0시54분부터 오전 1시14분 사이 발사가 꼭 필요하다. 4번째 누리호 발사 장면을 TV로 시청하려면 늦게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밖에 차세대 중형위성 3호에는 지구 궤도의 무중력 조건에서 줄기세포를 3차원(D) 프린터로 만들어내는 시스템도 실린다.

큐브위성용 세계 첫 롤러블 태양전지

차세대 중형위성 3호 외 나머지 위성 12기는 모두 큐브위성(초소형 위성)이다. 덩치는 사과 상자를 넘지 않고 중량도 2~20㎏ 수준이다. 작고 가볍다는 뜻이다.

하지만 누리호에 실릴 큐브위성들이 가진 기술적인 잠재력은 매우 크고 강하다. 인하대 연구진이 만든 ‘인하 로샛’이 대표적이다. 인하 로샛은 큐브위성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롤러블’, 즉 두루마리 휴지처럼 돌돌 말거나 풀리는 형태의 태양 전지를 탑재했다. 완전히 편 태양 전지는 가로 32㎝, 세로 7㎝다.

롤러블 태양 전지를 큐브 위성에 장착하면 장점이 많다. 현재 위성에 장착되는 태양 전지는 딱딱한 판자 형태이기 때문에 다양한 방향으로 접고 펴는 데 꽤 복잡한 부품이 필요하다. 반면 주요 동작이 돌돌 돌아가는 ‘회전’인 롤러블 태양 전지에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부품이 들어간다. 부품 숫자와 고장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같은 크기 공간에 말거나 접어 넣은 롤러블 태양 전지와 판자형 태양 전지를 완전히 펼칠 경우, 롤러블 태양 전지 면적이 더 넓다는 점도 이점이다. 좁은 큐브위성 내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결과적으로 큐브위성의 전력 생산량을 늘려 더 많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 우주로테크가 만든 큐브위성 ‘코스믹’은 우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다. 지구 궤도로 올라가고 3개월 뒤 코스믹은 지구 대기와의 마찰로 불타 사라지기 좋은 경로를 향해 알아서 움직인다. 이를 통해 기능이 정지됐는데도 수십년씩 지구 궤도를 배회하는 위성 숫자를 줄일 기술을 고안하는 것이 목표다. 우주로테크는 “국내 최초로 의도된 인공위성 궤도 제거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지구 궤도에 있는 위성은 약 1만5000기인데 이 가운데 기능이 정지된 채 하릴없이 지구 주변을 배회하는 위성은 약 2000기에 달한다. 앞으로 위성 규모는 스타링크 같은 우주 인터넷 사업 등으로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버려진 채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위성끼리 부딪치는 ‘우주 교통사고’가 빈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코스믹은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기술이다.

연료 없는 도킹 기술 선보일 예정

서울대 연구진이 만든 ‘스누글라이트-III’도 흥미롭다. 위성항법시스템(GPS) 신호를 이용해 모양이 같은 ‘쌍둥이 위성’ 두 대가 나란히 편대 비행하거나 서로 접근(랑데부)·결합(도킹)하는 기동을 한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엔진 역할을 하는 추력기 없이 진행할 예정이다. 세계 최초의 일이다. 위성 표면에 존재하는 미세한 공기 저항, 그리고 자체 탑재한 전자석으로 쌍둥이 위성 자세와 위치, 거리를 조정한다.

이 기술은 왜 만들었을까. 추력기가 없으면 연료를 탑재할 필요도 없어서다. 연료를 실으면 임무에 필요한 전자기기를 덜어내야 하는데, 그런 문제가 사라진다. 게다가 추력기는 저렴한 가격으로 만드는 초소형 위성에 넣기에는 비교적 고가다. 연구진은 “GPS와 공기 저항, 전자석을 제외하고 카메라와 레이저 등 다른 장비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밖에 4번째 누리호에는 국산 소자부품 우주검증 플랫폼 1호(한국항공우주연구원), 비천(스페이스린텍), 세종4호(한컴인스페이스), 에트리샛(한국전자통신연구원), 잭-003 및 잭–004(코스모웍스), 퍼셋01(쿼터니언), 케이히어로(카이스트), 스파이론(세종대)이 탑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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