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공약집’ 어떻게 만드나
헷갈리지 않도록 같은 단어 계속 사용
맥락 담으면서 의도 정확히 전달해야

쉬운 공약집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질까. 쉬운 정보로 바꿀 때는 맥락을 담으면서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단어를 고민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단순히 짧다고 해서 이해하기 쉬운 것은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쉬운 공보물 개발에 참여한 김경양(사진) 서울시 장애인의사소통권리증진센터장을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센터장은 이해하기 쉬운 선거공약집을 만들 때 어휘 및 문장·글꼴·문단 및 문서·그림·인쇄 및 출판 총 5가지 영역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후보자는 ‘나’, 유권자는 ‘너’, 그리고 정당과 기관은 ‘우리’로 표기한다. 후보자와 유권자가 정보를 주고받는 관계임을 반영한 것이다. 일상적이고 익숙한 말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헷갈리지 않도록 정보를 통일하는 것도 중요하다. 같은 내용을 설명할 때는 일관성 있게 같은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비슷한 단어가 여러 번 등장하면 이해를 방해할 수 있다.
문장은 개조식이 아닌 서술식의 문어체가 이해하기 쉽다. 한 문장에서 하나의 아이디어만 다루는 것도 중요하다. 부정문보다는 긍정문으로 서술하고, 어려운 문장부호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짧고 간단한 문장과 함께 주어를 명확히 밝히는 능동형 문장이 다양한 유권자가 직관적으로 공약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그림 안내 방안도 마련돼 있다. 그림은 글 내용이 의도하는 바를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심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진을 사용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점은 추상적이거나 상징적, 은유적인 사진을 피하는 것이다. 그림은 결국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각적 장치도 기준이 있다. 가시성이 좋은 고딕체 글꼴 사용, 제목과 본문 간 글꼴 크기 차이, 단어가 읽히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 배경, 한 페이지 내 사진 5개 이하 등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또 숫자를 표현할 때 백, 천, 만 등 한글 화폐 단위를 사용하는 걸 권장한다. 후보의 재산·세금 내역이 아라비아 숫자로만 제시되면 읽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당사자 검증이 남았다. 김 센터장은 “읽기 쉬운 자료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 검증”이라며 “아무리 쉽게 썼다고 생각해도 막상 당사자들은 읽고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번 검증을 받아야 진짜 쉬운 공보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동기획 : 공공의창, 한국정당학회
매니페스토취재팀=조병욱·장민주·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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