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율이 흘렀다.”
롯데 외국인 투수 알렉 감보아(28)는 지난 8일 잠실 두산전에서 6.2이닝을 2실점으로 막은 뒤 마운드를 내려오며 3루측 관중석을 가득 채운 롯데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새로운 에이스의 등장을 팬들도 반겼다.
미국에서는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렀던 감보아에게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감보아는 “이런 경험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율이 흘렀다”며 “(KBO 응원 문화에 대해) 듣고 기대하는 것과 실제로 경험하는 데에는 큰 차이가 있더라”고 감격했다.
롯데는 이날 4-2로 승리했다. 주축 타자들의 줄 이은 부상으로 3연패 부진의 늪에 빠졌던 롯데는 두산을 상대로 2연승을 내달리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5위까지 내려갔던 팀 순위도 단독 3위로 올라섰다.
지난달 대체 외국인 투수로 합류한 감보아의 역할이 컸다. 그는 KBO리그 데뷔 후 세 번째로 등판한 8일 경기에서 6.2이닝 동안 탈삼진 5개, 4안타(4사구 2개) 2실점해 승리투수가 됐다. 96개 공 중에서 61개가 직구였다. 최고 시속 157㎞까지 찍은 직구에 두산 타자들은 대응하지 못했다.
감보아는 “직구가 좋은 날이었다. 직구가 잘 먹혀서 변화구도 더 좋은 타이밍에 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시속 100마일(약 161㎞)을 기대해도 되냐는 질문에 “도전해보겠다. 열심히 해보겠다”며 웃었다.
감보아는 자신을 공략하기 위해 두산이 앞 타순에 배치한 우타자 이유찬, 김대한, 양의지를 1회에 모두 더그아웃으로 돌려보냈다. 2회에는 타자 4명, 3회엔 타자 3명을 상대하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4회에서 볼넷과 안타를 내줘 1실점했고, 7회 2사 주자 1·3루 상황에서 교체됐다. 이어진 타석에서 안타가 터지면서 감보아의 1실점이 추가됐다.
직전 경기에서 7이닝 완투를 한 감보아다. 이번에도 7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싶진 않았을까. 감보아는 “팀에서 필요한 부분에 맞추는 게 가장 맞는 것 같다”며 “제가 볼 수 없었던 부분이 코치진들에겐 있었을 거고 그 교체로 인해서 결국 팀이 이겼기 때문에 그 부분을 존중한다”고 했다.
감보아가 빠른 속도로 KBO리그에 적응할 수 있었던 데에는 투구 준비 동작을 금방 고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감보아는 지난달 27일 KBO 데뷔전에서 공을 던지기 전 허리를 숙이는 동작을 하다가 상대팀 삼성에게 삼중도루를 허용했다. 이후 동작을 말끔하게 고친 감보아는 내리 2승을 쌓았다.
감보아는 “그 상황(삼중 도루) 이후에 (투구 동작을) 곧바로 바꿨다”며 “한국에서는 주자들이 굉장히 빨리 뛴다는 것을 직접 보고 느꼈기 때문에 빨리 바꾸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투구 동작을 바꿨지만 공을 던지는 데는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 그 동작을 취한 것은 리듬감을 가지기 위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그 자세가 없어도 리듬감을 잘 찾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