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약속한 소상공인 식품·약국 골목규제…1년 지나도 '그대로'

2025-02-27

# “돈까스는 되는데 왜 곰탕은 안 되는지 의문이예요. 위생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우리나라만 왜 면적을 규제하는지 모르겠어요.”

2023년 11월 23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마련한 소상공인 골목규제 뽀개기 행사. 소상공인이 하소연한 이유는 생고기를 파는 정육점에서는 곰탕 밀키트를 만들어 팔기 어려운 규제 탓이다. 축산물 위생관리법 등에 따르면 밀키트를 직접 조리해 판매하려면 식육즉석판매가공업으로 신고해야 하고, 영업장 최소 면적 26.4㎡를 충족해야 한다. 이날 행사를 찾은 국민권익위원장과 중기부 장관은 규제 개선을 약속했다.

1년 넘게 흐른 지금도 시설기준 규정은 그대로다. 소관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중소상공인의 경영상 불편·부담을 해소를 이유로 영업장 면적 변경 미신고 행위 처분 기준 완화, 식용란 선별·포장 처리대장 작성·보관 간소화 등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 중이다. 당시 건의 내용은 빠져있다.

식약처는 당장은 식육즉석판매가공업 면적 기준을 바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육 판매와 식품 열처리·가공이 한 점포에서 동시 진행하는 만큼 위생과 안전을 위해 최소 면적 기준을 도입했다”면서 “최근 개선 요청이 없어 현재로서는 기준 변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은 돈까스·양념육 영업장은 면적 제한이 없어 형평성에 어긋나고, 위생·안전관리 방법을 다양화할 수 있음에도 면적이라는 획일적 기준만 내세우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호소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 지원단도 프랑스·독일 등은 한국 기준보다 작은 20㎡ 정육점에서도 훈연 처리한 소시지를 판매하는 점을 제시했지만, 부처 간 추가 논의는 진전이 없었다.

규제뽀개기 행사에서 국민판정단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안전상비약 판매자 등록 요건 완화 규제도 여전하다. 현행 약사법은 24시간 연중무휴 점포만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로 등록할 수 있다. 약국이 드물고, 최저임금·인력 확보 문제로 편의점이 24시간 운영하지 않는 도서지역은 단순 배탈 또는 감기에도 약품을 구매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당시 국민참여단 144명 중 131명이 개선이 필요하다고 투표했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요건 완화보다는 공공심야약국 제도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공심야 약국은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운영하며, 지정 약국에 국비·지방비를 지원한다. 경상북도가 최근 공공심야약국을 기존 9곳에서 37곳으로 확대했는데, 경북에서 면적이 7번째로 큰 울진군(990.6㎢)에 공공심야약국은 두 곳에 불과하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고위직 인사가 바뀌고 담당 공무원들도 바뀌면서 규제 개혁 아젠다가 흐지부지된 측면이 있다”면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규제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이라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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