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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폴 사무엘슨이 1970년 12월 20일 방송된 미국 NBC TV 대담 중 이렇게 말했다. “상황이 바뀌면 나는 의견을 바꿉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적정 물가상승률과 관련한 답변에서였다.
2013년부터 시행된 개정 유통산업발전법이 오는 4월로 12년을 맞는다. 대형마트는 이 법에 따라 ‘한 달 중 이틀을 기본적으로 공휴일 중에서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 개정 전 법 조항은 ‘하루나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였다. 당시 국회가 이처럼 규제를 강화한 취지는 대형마트 급증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미칠 타격을 완화하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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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맞았더라도 지금은 틀리다. 그동안 온라인 쇼핑 업체들이 약진했고, 대형마트가 쉬는 날 전통시장 대신 이커머스로 장을 보는 소비자가 많다. 산업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문을 여는 주말에는 주변 상권도 활기를 띤다. 대형마트 휴업은 식당 등 자영업 사업자도 포함된 대형마트 소비자의 편익을 줄인다.
지방자치단체가 움직였다. 유통산업발전법 중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는 단서에서 운용의 묘를 찾았다. 전국 229개 기초 지자체 중 34%인 78곳이 대형마트 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는 조례를 도입했다고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집계했다.
지난해 11월 20일 국회 소관 위원회 전체 회의.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논의됐다. 송 의원은 위 단서를 삭제해 대형마트가 공휴일에만 쉬게 하자고 제안했다. 그 이유로 “전통시장 등의 어려움 가중”과 “대형마트 근로자의 건강권 침해”를 들었다. 토론 중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렇게 답변했다. “유통산업의 상황 자체가 너무 많이 바뀌어서 (중략) 이것을 굳이 막아서 돕는 게 맞는 건지 (하략).”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