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운트 홈디포 맞은편 연방 시설
6월7일 CBP 집결 영상 SNS 타고 확산
불법체류 단속 반대 시위대 몰려들어
도로 한복판에서 차량들에 불지르고
폭죽 쏘고 돌 던지며 "물러가라" 외쳐
경찰은 최루탄·섬광탄 쏘며 밤샘 대치
원문은 LA타임스 6월11일자 “What really happened outside the Paramount Home Depot” 기사입니다.

LA 도심 남쪽의 라틴계 노동자 계층이 주로 거주하는 파라마운트에 위치한 홈디포에서 6월7일 아침은 평소처럼 시작됐다.
평소 이곳은 주말이면 주택 수리를 하는 주민들, 건축자재를 사러 온 노동자들, 일자리를 찾는 이주자들로 붐비는 곳이다.
그러나 그날 아침 9시쯤, 홈디포 맞은편에서 국경세관보호국(CBP) 요원들이 목격되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소문이 퍼졌고, 지나가는 차량에서는 경적이 울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위대가 몰려들었고, 결국 홈디포는 문을 닫았다.
파라마운트와 인근 캄튼에서 시위대와 당국 간 충돌이 수 시간 동안 이어졌지만, 사태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지는 않았다. 소란은 알론드라 대로의 해당 매장을 중심으로 발생했지만, TV 뉴스에는 극적인 장면이 담겼다.
이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가 불체 단속과 소요 진압을 위해 로스앤젤레스에 2000명의 주방위군을 배치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파라마운트에서는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LA타임스 기자 두 명이 6월7일 하루 종일 현장을 취재했다. 다음은 그들이 목격한 장면이다.
소셜미디어 타고 확산
군중이 몰려들기 전, 파라마운트 지역을 대표하는 주 하원의원 호세 루이스 솔라체 주니어는 인근 레이크우드에서 열리는 지역 행사에 가는 길이었다. 그는 프리웨이를 운전 중 알론드라 대로 출구로 빠져 나오는 CBP의 차량 행렬을 목격했다. 이 거리 한복판에는 주로 이주자들이 거주하는 노동자 계층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
그는 그 차량들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불체 단속을 벌이려는 것이라 생각하고 차량을 돌려 추적한 끝에 홈디포 맞은편에 위치한 ‘파라마운트 비즈니스 센터’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연방 사법기관의 시설이 있다.
요원들이 계속 도착하고 있었고, 나중에 최루탄과 섬광 수류탄이 터질 검은 철문은 열려 있었다.
그는 왜 요원들이 파라마운트에 왔는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올리기로 했다.
“알론드라에서 CBP 요원들이 프리웨이에서 빠져나오는 걸 봤어요. 설마 했지만 … 이게 현실이라니” 그는 말했다.
그때가 오전 9시쯤이었다. 그는 영상 속에서 “끔찍하다. 손이 떨린다”고 말했다.
“안에서는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왜 파라마운트에 있는 거죠?”라고 팔로워들에게 말했다.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지나가는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고, 이내 시위대가 도착했다.
솔라체 의원은 영상에서 검은 철문 밖으로 줄지어 선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을 보여주며 상황을 설명했다. 주변 사람들은 카메라를 들고 촬영했고, 마리아치 음악이 울려 퍼졌다.
“우리 커뮤니티는 그들이 이곳에 환영받지 못한다는 걸 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라고 솔라체 의원은 말했다. 그의 부모는 멕시코 과나후아토에서 이민 온 이들이다.
“노 엔 미 디스트리토(No en mi distrito). 내 지역구에선 안 된다. 바모노스 빠 후에라(Vamonos pa' fuera), 나가라!”
최근 몇 주간 불체 단속이 강화되면서 LA의 라틴계 이주자 커뮤니티에서 분노가 커지고 있었다.
하루 전, 연방 당국은 이주자 노동자들이 주축인 패션 디스트릭트 내 유통 창고를 급습해 노조 간부를 체포했다. 그 전에도 연방 요원들은 이주자들을 정기 면담 장소나 법원 출석 중에 체포했다. 일부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고, 한 아버지는 8살 아들 앞에서 체포됐다. 토런스의 초등학생과 그의 아버지가 추방 대상이 되면서 학부모 단체들이 항의했다.
“폭력 범죄자만 추방한다는 말은 믿기 어려웠어요. 근로자 가족을 겨냥한 전체적인 분위기가 문제입니다.” 솔라체는 말했다.
“사업장에서의 단속이 분노의 원인이죠.”
그는 자신과 다른 주민들이 감시하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 현장에 왔다고 밝혔다.
긴장 고조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요원들이 줄지어 서서, 군중을 향해 최루탄을 발사했다.
시위대는 홈디포나 육가공 공장에서 단속이 있었다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보고 현장에 왔지만, 홈디포에서는 실제로 단속이 벌어지지 않았다. 요원들은 철문 안 산업 단지 안에 있었고, 최초의 군중이 그 앞에 모였다.
시위대 대부분은 촬영되고 있었는데, 사회복지사, 이웃, 활동가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요원들은 돌이나 물건이 날아오거나 시위대가 접근하는 모습을 보면 즉시 최루탄이나 섬광 수류탄을 발사했다.
현장에는 약 100여 명이 있었고, 군중이 늘어나자 경찰이 710번 프리웨이 인근 동서 양쪽을 봉쇄했다. 시위자들은 경찰에 “왜 연방 요원들을 돕느냐”고 소리쳤다.
요원들이 산업 단지 밖으로 빠져나가려 하자, 긴장이 고조됐다. 그들은 알론드라 대로에서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섬광 수류탄을 쏘았다. 연방 차량이 줄지어 빠져나가자, 시위자들은 이를 따라가며 돌과 물건을 던졌다.
혼돈의 연속
연방 차량이 떠난 뒤, 한 시위자가 쓰레기 봉투를 꺼내 불을 질렀다. 다른 두 사람은 홈디포에서 가져온 콘크리트 블록이 담긴 카트를 밀고 와 도로를 막았다. 한 남성은 블록을 깨뜨려 부순 조각을 도로에 뿌렸다.
서쪽으로 더 가면, 710 프리웨이 인근에서 군중이 경찰이 세운 차단선 뒤에 모였다. 이때 연방 교정국 소속 버스 한 대가 프리웨이에서 알론드라로 진입했고, 군중은 버스를 에워싸고 발로 차며 밀어냈다. 곧 최루탄이 발사됐다.
오후에도 대치 상황은 계속됐다. 알론드라와 훈세이커 애비뉴 교차로에서는 방패와 무기로 무장한 셰리프 요원들과 시위대가 대치했다. 이는 마누엘 도밍게즈 고등학교 바로 옆이었다.
시위대는 “ICE는 돌아가라”, “정의 없이는 평화 없다”고 외쳤다. 일부는 셰리프 요원들을 향해 “아무도 너희를 다치게 하지 않았다”며 욕설을 퍼부었다. 한 여성은 출혈이 있었고, 한 남성은 부상 치료를 받았다. 셔츠를 벗고 다니는 남성의 등에는 고무탄 자국이 남아 있었다. 산업단지 근처에서는 시위대가 폭죽을 터뜨렸고, 검은 연기가 피어 올랐다.
밤까지 이어진 충돌
최루탄과 ’비살상 무기‘가 사용되었음에도, 군중은 알론드라와 훈세이커 교차로로 돌아와 경찰을 조롱하며 고성을 질렀다.
오후 4시쯤, 홈디포 인근 시위는 '불법 집회'로 선언되었고, 당국은 영어와 스페인어로 해산 명령을 내렸다.
오후 7시쯤, 710 프리웨이 건너편 알론드라와 애틀랜틱 애비뉴에서는 100여 명의 시위대가 모였고, 일부는 셰리프 요원들에게 돌과 병을 던졌다. 도로 한복판에서 차량이 불에 탔고, 최소 3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후 셰리프 요원들은 프리웨이 아래쪽 다리로 후퇴했다. 밤새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폭죽을 쏘고, 차량으로 위협하며 달려들었다. 이에 대응해 경찰은 고무탄, 최루탄, 섬광 수류탄을 발사했다.
헬리콥터가 밤새 상공을 돌며 “불법 집회에 참가한 사람은 체포된다”고 경고했지만, 시위는 계속되었다. 일부는 깃발을 흔들며 구호를 외쳤고, 몇몇은 경찰에게 물건을 던졌다.
밤 9시 30분 무렵, 경찰 차량과 경관들이 전진하며 시위대를 애틀랜틱과 알론드라로 몰아냈다. 이후에도 셰리프 요원들은 주유소 인근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섬광 수류탄을 발사했다. 자정이 가까워지면서 시위대는 점차 흩어졌고, 파라마운트 지역 주민들과 지방 및 연방 사법당국 간의 긴박했던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연방 당국은 시위자 다수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한 여성이 바닥에 쓰러져 끌려가는 장면이 영상에 담겼고, 다른 두 사람도 요원들에게 끌려가는 모습이 촬영되었다.
FBI 부국장 댄 보지노는 “업무 방해로 이미 여러 명을 체포했다. 추가로 또 체포할 것이다. 우리는 모든 영상을 분석 중이다. 당신들이 혼란을 가져오면, 우리는 수갑을 가져온다”고 X(옛 트위터)에 올렸다.
글=레이첼 우랑가, 루벤 비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