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리 인하 여파로 은행들이 예적금 감소와 이자 마진 축소라는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고객 자금을 확보하고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자산관리(WM) 경쟁력 강화에 ‘올인’할 계획이다. 다만 지난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이후 불완전판매 종식을 위한 금융 당국의 후속 조치가 지연되고 있어 포트폴리오 구성에 애를 먹고 있다.
6일 주요 시중은행 5곳(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총잔액은 927조 916억 원으로 직전달 대비 21조 2185억 원(2.3%) 급감했다. 정기예금 잔액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8개월 만이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수신금리 인하로 은행의 예적금 상품을 떠나는 고객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한국은행의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이후 은행 수신 상품들의 금리는 지속적으로 떨어져 올해 3%대 정기예금이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이달 3일 기준 5대 은행이 제공하는 정기예금 금리(1년 기준)는 최고 3.0~3.3%로 3%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은행 역시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축소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평균 NIM은 1.57%로 직전 분기 대비 0.07%포인트 하락했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도 신년사에서 일제히 이자이익 기반 축소를 전망하며 수익 창출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자산관리·자본시장·기업금융(IB) 부문을 재편해 비이자이익 체력을 향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은행권 NIM은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튼튼하고 견고한 내실을 바탕으로 외부 시장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사업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들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관리 브랜드를 선보이고 특화 점포를 확대하는 등 공격적으로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달 13일 여의도 TP타워에 자산관리 특화 점포 ‘TCW(투체어스W) 여의도’를 오픈하고 지난해 11월 새로 선보인 통합 플랫폼 ‘뉴WON뱅킹’과 연계한 디지털·정보기술(IT)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올해 자산관리 브랜드인 ‘신한 프리미어’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센터를 압구정에 오픈한다. 은행과 증권 등 그룹의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팀’을 활용한 자산관리 컨설팅과 세미나도 확대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0월 시니어 자산관리 브랜드 ‘하나더넥스트’를 출범하고 조직개편 등을 통해 역량을 강화한다. 전 직원의 시니어 고객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연수 프로그램도 구축한다. KB국민은행도 올해 자산관리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고객 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홍콩H지수 ELS 사태 이후 불완전판매 차단을 위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제도 개선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점은 변수다. 금융위원회는 점포나 창구를 분리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해왔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산관리 부문에서 이익은 대부분 ELS를 비롯한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에서 나왔는데 이와 관련한 제도 개선 조치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며 “아직까지 올해 이익 전망을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