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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초일류 기업'을 강조한 지 3년 만에 삼성이 임원 소집령을 내렸다. 부사장 이하 전 계열사 임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이들은 2월 말부터 4월까지 세미나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세미나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인력개발원 호암관에서 진행된다.
삼성의 한 임원은 "회사에서 대상자들에게 정해진 날 참석하라는 메일을 보냈다"며 "삼성 임원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이지 사업 부문이나 관계사별로 주제를 달리해 세미나가 진행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2016년 이후 9년 만에 내려진 임원 전체 소집령은 삼성이 총체적 위기에 빠지면서 내려진 결정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삼성전자 DS부문은 HBM(고대역폭 메모리) 경쟁력에서 뒤처지자 연간 영업이익에서 SK하이닉스에 처음으로 추월당했고 VD(TV) 부문은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또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 대비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삼성디스플레이 매출은 8년 만에 30조원 밑으로 떨어졌고 삼성SDI는 2017년 1분 이후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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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녹록지 않다. 1분기 DS부문은 메모리 업황이 둔화하면서 2022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수천억대 영업이익에 그치고 계절적 비수기를 맞은 삼성디스플레이는 경쟁까지 심화 되면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된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와 바이든 행정부 정책 폐기를 시사하면서 반도체와 배터리, 가전 사업 등은 대외 리스크까지 직면한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는 이 회장의 다짐이 무색할 정도다. 앞서 이 회장은 2022년 10월 회장 취임사를 사내게시판에 갈음하며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고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고 강조했다.
위기의 발화점인 삼성전자는 2025년 인사를 통해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장을 동시에 교체한 데 이어 한종희 DX부문 부회장에 품질혁신위원회를 이끌도록 하는 등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특히 올해 이사회부터 DS부문 소속 전영현 부회장, 송재혁 CTO(최고기술책임자)와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등 반도체 전문가 3인을 포진시키며 경쟁력 회복을 다짐한 상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은 다양한 사업을 보유하고 있으나 미래전략실 해체 후 종합적인 의견을 교환하는 시스템이 사라졌다"며 "위기 상황 속에서 공유 가치를 함께 실현하기 위해 세미나를 기획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농단 사태로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포기했고 세법 개정으로 삼성의 지배구조가 흔들리고 있는 만큼 임직원들로선 장기적으로 회사의 불확실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발전해 나가자는 인식 제고나 위기극복 타개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