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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에 베테랑 선수가 필요하다”는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의 지적에 류지현 신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목소리를 내줘서 고맙다, 대표팀 선발에 나이 기준은 없다”라고 답했다.
류 감독은 20일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전력 분석을 위해 대만으로 출국한다. 지난달 감독으로 취임한 이후 첫 공식 일정이다. 류 감독은 이날 출국 전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팀 운영 구상을 밝혔다.
최근 야구대표팀을 둘러싼 가장 큰 화두는 ‘세대교체’였다. 지난해 류중일 전 대표팀 감독은 평균 연령 24.6세의 젊은 선수들로 팀을 꾸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 나섰다. 류현진과 김광현, 이정후 등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굵직한 선수들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파격적인 젊은 라인업으로 국제대회 도전장을 내민 한국은 4강 진출에 실패했다.
30대 베테랑인 류현진(38·한화)과 김광현(37·김광현)은 지난달 유튜브 방송에서 “정예 멤버로 대표팀에 가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정후가 이에 대해 작심 발언을 하며 대표팀 연령 이슈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정후는 지난 16일 “대표팀을 젊은 선수 위주로만 구성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젊은 선수들은 분위기를 탈 때는 확 타는데, 가라앉으면 이끌어 줄 선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좋은 퍼포먼스를 낸 선배가 있음에도 세대교체라는 명분으로 어린 선수가 나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류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내면 당연히 기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3년 WBC 이후 세대교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그에 대한 공감대가 지난해 프리미어12까지 이어진 것이지 그게 내년 WBC까지 가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류 감독은 “저는 지난해 프리미어12 때에도 조금 더 폭넓은 연령대의 선수들을 뽑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대표팀 합류를 고사한 선수들이 있었다”라며 “당시에도 연령대를 한정해서 뽑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류 감독은 “목소리를 내준 이정후 선수나 류현진 선수, 김광현 선수에게 정말 고맙다”라며 “2026년 WBC에서는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이게 다른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마지막에 대표팀을 꾸릴 때에도 우리가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류 감독은 “대표팀 선발에 나이 기준은 없다”라며 “2025년 리그 성적이 분명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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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감독은 “저는 WBC라는 목표를 부여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대표팀 구성원은 이전과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폭넓게 상황을 보려고 한다”라며 “한국계 외국인 선수도 대표팀에 포함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WBC는 국가대표 출전 자격 범위가 넓다. 해당 국가의 영주권을 갖고 있거나 해당 국가에서 출생했다면 대표팀 출전 자격이 생긴다. 부모 중 한 명이 해당 국가의 시민이거나 출생자인 경우, 해당 국가에서 시민권 또는 여권을 받을 예정임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에도 해당 국가 대표팀으로 출전할 수 있다. 2023 WBC에서는 LA 다저스의 한국계 미국인 토미 현수 에드먼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2026 WBC까지는 남은 시간은 일 년이다. 류 감독은 짧은 기간 최정예 전력을 꾸려야 한다. 류 감독은 “나는 누구보다 가장 절실한 사람”이라며 “실패의 경험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중책을 맡은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