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지나, 여전히 처음처럼…엔플라잉의 청춘은 현재진행형

2025-06-02

낭만을 연주할 줄 아는 밴드, 엔플라잉이 돌아왔다. 2년이라는 공백은 이들에게 일종의 재정비 기간이었고, 그 끝에 꺼낸 결과물은 무게감보단 낭만에 가까운 온기를 담고 있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청담동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진행된 정규 2집 ‘에버레스팅(Everlasting)’ 발매 기념 인터뷰에서 만난 엔플라잉은 데뷔 10주년을 맞은만큼 좀 더 성숙해졌고, 좀 더 깊어졌다.

“우리는 때로 문서만 없는 가족 같다고 느껴요. 무대 위에서 서로 껴안아주고, 눈빛 주고받으며 만들어내는 찐 형제 같은 모먼트들. 그런 게 쌓일수록 우리가 가족이구나 싶어요.” (차훈)

전 멤버의 군 복무가 마무리된 뒤 처음으로 선보이는 이번 완전체 앨범은, 엔플라잉이 각자의 자리에서 갈고닦은 음악 세계를 한데 모은 결과다. 공백기 동안 멤버들은 각자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음악적 시야를 넓혔다. 서동성은 “훈이 형이 원래 락만 치던 사람이었는데, 전역하고 나서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더라”며 군대 전후로 멤버들의 달라진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앨범에는 저희가 쉬는 동안 각자 갈고닦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담긴 것 같아요. 저도 예전보다 발성도 달라졌고. 멤버들이 뭔가 바뀌었는데 뭐가 달라졌는지 저도 궁금할 떄도 있었어요. 그럴 때 형들한테 많이 물어봤죠.”(서동성)

새 앨범 ‘에버레스팅’은 낭만을 테마로 한 회고록이자 새로운 여정을 여는 서문이다. 이승협은 전곡 작업에 참여했고, 유희승은 ‘뫼비우스’, ‘로그(LOG)’를 통해 음악의 완성도를 높였다. 제작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실험적이고 다채로웠다. 외부 프로듀서와 협업하거나 트랙을 먼저 받아 곡을 완성하는 방식 등 기존 틀에서 벗어난 시도들이 이어졌다.

“밴드지만 기존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트랙을 먼저 받은 적도 있고, 희승이랑 기타로 그냥 멜로디를 만들다 시작한 곡도 있어요. ‘뫼비우스’는 희승이랑 작업실에 있으면서 기타 치면서 시작을 했던 곡이기도 해요.” (이승협)

완전체가 된 이후 무대 위의 공기도 달라졌다. 멤버들은 군 복무 중에도 악기를 손에서 놓지 않으려 노력했고, 휴가 중에도 연습실을 찾았다. 그 꾸준함은 곧 무대 위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멤버들의 시선은 서로를 더욱 신뢰하는 방향으로 모였다.

“재현이는 운동도 열심히 하고 더 듬직해졌어요. 다들 분위기가 좋아져서 아침에 샵에서 만날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이승협)

그 변화는 앨범 전체에도 반영됐다.

“힘들었지만 그 시간들이 곡 안에 있어요. 팬 분들과 함께한 시간, 기다림, 서사가 다 담겨 있거든요. 나중에 돌아보고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다면, 그게 낭만이 아닐까요.”(유회승)

이들이 말하는 낭만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다. 사서 고생했던 시간까지 감정선으로 품어내고, 그것을 노래와 연주로 표현해냈다.

“낭만이라는 건 지금이 힘들어도, 나중에 이 순간이 예뻐질 수 있다는 믿음 같아요. 우리가 80세까지 밴드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그런 거예요. 어렵고 힘든 가사도 결국은 청춘의 기록이고요.”(이승협)

타이틀곡 ‘만년설’은 그 믿음을 가장 단단하게 붙잡은 결과물이다.

“엔피아(엔플라잉 팬덤명)한테는 항상 말해요. 우리 음악은 귀에서 스쳐지나가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고. 눈물이 나더라도, 결국은 웃을 수 있게요.” (김재현)

이들은 여전히 ‘아이돌 밴드’라는 수식어를 듣는다. 그러나 지금의 엔플라잉은 그 경계를 넘나들며 음악으로 말하고 감정으로 연결되는 팀이다. 장르나 이미지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언어로 무대를 채우는 일이다.

“밴드 음악을 하는 분들이 많고, 페스티벌도 많아졌죠. 우리도 그 속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해요. 더 다양한 자리에서 우리만의 감정을 나누고 싶어요.” (유회승)

10주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챕터의 시작이다. 이들은 앞으로의 10년을 ‘그때그때 느껴지는 진심’을 따라 걷겠다고 말한다. 특히 한국뿐 아니라 해외 팬들과도 더 자주 만나고, 다양한 무대에서 자신들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해외에 있는 엔피아 분들을 못 만나는 게 늘 아쉬웠어요. 저희도 다양한 걸 해보고 싶고, 그렇게 여러 나라를 돌다 보면 세트리스트도 다양해질 것 같거든요.” (이승협)

무대를 향한 갈증과 함께, 음악 자체에 대한 소망도 함께했다. 성과보다 중요한 건 오래 기억에 남는 노래를 만드는 일. 반응이 빠르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마음 깊숙이 닿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결과라고 믿는다.

“빠르게 반응이 오면 좋지만, 언젠가 한 곡씩 누군가 마음속에 남는 앨범이 됐으면 해요. 그게 우리가 지향하는 낭만이기도 하니까요.” (유회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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