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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 가운데 <신이경(神異經)>이라는 책이 있다. 신기하고 괴이한 이야기를 모아둔 책이다. 거기에 보면 ‘와수(訛獸)’, 그러니까 ‘거짓말 짐승’이 나온다. 관련 기록은 다음과 같다.
“서남방 야만의 땅에는 와수가 출몰하는데 토끼 같은 외모에 사람 얼굴을 하고 말을 한다. 늘 사람을 속여 동쪽으로 간다면서 서쪽으로 가고, 나쁜 것을 좋은 것이라 말한다. 그 고기는 정말 맛이 좋은데 그걸 먹으면 참되지 않은 말만 하게 된다.”
와수는 ‘거짓말을 하는 짐승’이 아니라 ‘거짓말 짐승’이라는 얘기다. 와수 자체가, 그 본질이 거짓말이라는 뜻이다. 사람도 거짓말을 한다. 그렇다고 사람 자체가, 그 본질이 거짓말인 것은 아니다. 그런데 와수는 본질 자체가 거짓말이다. 그래서 그 고기를 먹으면 먹은 존재도 거짓말 자체가 된다. 어쩌다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무슨 말을 하든 온통 거짓말뿐인 그런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와수는 차원을 달리하는 바이러스였던 게다. 존재의 본질까지 변화시키는 거짓말 바이러스다. 하여 바이러스 덩어리인 그 육신을 먹으면 영락없이 감염된다. 게다가 그 고기는 맛이 엄청나게 좋다. 한번 먹으면 자꾸 먹고 싶어진다. 그렇게 와수 고기 맛에 빠져들수록 거짓말 짐승의 증상도 심화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존재 자체가 거짓말이 되고 만다. 외양은 사람이지만 그 본질은 거짓말인 ‘거짓말 좀비’가 된다.
좀비는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다. ‘와수 바이러스’에 장악되면 와수 바이러스 뜻대로 산다. 사람이라 할 수도 없게 되고 그렇다고 짐승이라 할 수도 없게 된다. 세상에 그 본질이 거짓말 자체인 동물이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저 괴상한 물건, 곧 괴물일 따름이다. 겉모습이 사람이라고 하여, 말을 넙죽넙죽 해댈 줄 안다고 하여 사람대접을 해줄 수 없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좀비가 지닌 강력한 감염력이다. 이에 대한 항체가 없거나 약하면 여지없이 감염된다. 사람만 그런 게 아니라 사회도 그러하다. 삶터 곳곳에서 거짓말 좀비가 출몰하게 되고, 결국은 사회 자체가 거짓말 좀비들의 삶터로 전락하고 만다. 좀비들이 사회의 주인인 양 행세한다는 것이다. 씁쓸하기 그지없는 익숙한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