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이는 정치할 수 없나”…술 먹던 노무현, 펑펑 울었다

2024-11-05

“당신에게 돈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누구든지 선뜻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질문을 노무현에게 던져 보자. 노무현에게 돈은 무엇이었을까.

몹시 가난하게 태어났으므로 온 집안이 돈 타령 속에서 어려서부터 고생을 절절하게 경험했던 노무현이다. 그에게는 그야말로 돈이 원수였을 것이다. “돈만 있다면…”이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을 것이다. 그러한 집안과 자신의 처지에 대한 온갖 불만, 사회 부조리에 대한 저항의식, 심지어는 부자에 대한 적개심 또한 생겨날 수밖에 없었음을 자서전에서도 고백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자. 돈 걱정 없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노무현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여유롭게 자라고 머리 좋고 우수한 모범생으로 칭찬받아 가며 좋은 대학에 들어간 노무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도 합격했다고 치자. 과연 오늘의 노무현 대통령이 있었겠는가.

물론 가난이 대통령을 만들었다고 할 순 없다. 노무현도 돈을 밝혔던 때가 있었다. 판사를 잠시 하다가 집어치우고 변호사 개업을 한 것도 여러 이야기가 있으나 따지고 보면 금전적 동기가 가장 큰 이유였다. 실제로 변호사가 되고 나서 첫 3년간은 돈 버는 일에 재미를 붙였고, 봉하마을의 가난을 뒤로하고 평생 처음으로 경제적 여유를 누렸다. 부자의 상징이라고 하는 요트도 탔다. 잘나가는 변호사로 꼽혔다. 사건 수임을 위해 교도관한테까지 때마다 인사(?)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인생 전체를 돌이켜 보면 노무현이 ‘돈을 밝힌’ 시기는 이때 잠시뿐이었다. 어찌어찌 해서 ‘부림 사건’을 맡게 되면서 그는 다시 돈과 멀어진다. 법률사무소 운영은 파트너 변호사인 문재인에게 거의 맡겨놓다시피 하고, 돈 안 되는 인권이니 노동사건 변호 쪽에 전념했다. 하도 가난해서 그렇지, 원래 노무현의 DNA는 경제적 풍요에 대한 욕구와는 거리가 있었다.

돈이 없어서 고생스러운 인생을 살아왔어도, 그에 맺힌 마음을 돈으로 보상받으려는 타입의 인간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돈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었다. 그 가치는 경제적 풍요가 아니라 도리어 경제적 풍요가 지배하는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를 상대로 저항하고 투쟁해 나가야겠다는 쪽으로 급속하게 변해 나갔다. 한동안 입어 왔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훌훌 벗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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