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개정안 발의
하도급금 수령·임금 지급에
전자조달시스템 도입 추진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하도급업체 근로자에 대한 임금 체불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잇달아 발의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 의원은 지난달 8일 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하도급 대금을 수령하고, 임금을 지급토록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 제안이유 및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현행법은 도급사업에 있어서 도급인 또는 직상 수급인의 귀책 사유로 하수급인이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 도급인 또는 직상 수급인이 그 임금에 대한 연대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건설업의 경우 합의, 집행권원, 파산 등의 사유가 있을 때는 도급인 또는 직상 수급인이 하수급인의 근로자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집행권원(執行權原)이란 국가의 강제력으로 실현될 청구권의 존재와 범위를 표시하고 집행력을 부여하는 공정 증서를 말한다.
그러나 일부 도급사업에서는 발주자, 도급인 또는 직상 수급인으로부터 비용을 받고도 근로자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유용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전자조달시스템을 하도급 전반에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일부 건설공사의 경우 하청업체가 근로자에게 지불해야 할 금액을 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관리하도록 함으로써 임금체불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한 하도급 대금 수령 및 임금 지급에 관한 조항을 신설하는 게 법률 개정안의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국가, 지자체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을 도급받은 수급인과 그 하수급인은 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해 대금을 청구하도록 했다. 아울러 수령 대금 중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못박았다.
지난달 17일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태선 의원이 도급사업에 대한 임금 지급을 세부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의 핵심은 도급계약 금액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인 사업의 경우 임금 지급에 소요되는 비용을 다른 비용과 구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제3자에게 예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개정안은 임금체불 방지를 위해 수급인으로 하여금 임금전용계좌를 개설하도록 하고 임금지급을 위해 받은 비용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받은 임금 비용을 근로자에게 제대로 지급했는지 확인하도록 했다.
이처럼 임금 체불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은 건설현장 등 상당수 사업장의 임금체불 문제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근로감독을 통해 적발한 체불임금은 390억원에 달한다. 고용노동부는 이중 4만2000여명에 대한 미지급 급여 272억원을 청산했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다단계 하도급 등 구조적으로 임금 체불에 특히 취약한 건설현장에 대해 집중 감독을 실시했다. 인천소재 공공 건설현장 3곳의 경우 1년간 근로자 임금을 총 2595회에 걸쳐 인력소개소 또는 현장 팀장에게 일괄 지급해 직접 지불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1개 현장에서는 전문건설업체 2개소에서 무면허 건설업자에 불법으로 공사를 하도급 준 사실을 확인했으며 고용 허가 없이 외국인 근로자를 불법 고용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모범이 돼야 할 공공 건설현장임에도 임금 직접지급 원칙을 위반하고 불법 하도급이 이뤄지는 등 구조적으로 임금 체불에 취약한 사례를 확인해 시정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