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 〈206〉성인 학습력 증진이 시급하다

2025-01-22

지난 해 12월에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2023 국제성인스킬조사(PIAAC)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16~65세 성인의 언어능력, 수리력, 적응적 문제해결력 점수는 OECD 국가 가운데 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1주기 조사에서는 중위권이었는데 이번 2주기 조사에서는 더 떨어졌다. 지난 10여년 사이에 우리나라는 경제, 문화 등의 영역에서 크게 발전했고,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진학률을 계속 유지하면서 고학력자의 비중이 더욱 늘어났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가히 충격적이다.

그 원인 가운데 하나는 우리나라 성인들의 실질적이고 자주적인 학습력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2023 수학·과학성취도 추이 국제 비교(TIMSS) 결과에서 우리나라 초·중학생의 점수는 세계 최상위권이었다. 그러나 흥미와 자신감은 하위권이었다. 2022 국제 학업성취 평가(PISA) 결과에서도 만 15세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은 최고 수준인데 창의적 행동을 위한 자신감은 낮았다. 이런 결과들과 함께 이번 PIAAC 결과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학교교육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성인이 돼서도 역량을 유지하거나 계속 학습하도록 만들지는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PIAAC에서는 근로자의 직무와 학력, 스킬, 분야의 합치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한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 학력 과잉은 OECD 평균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를 나타냈고 1주기 결과에 비해서도 크게 늘어났다. 게다가 우리나라 근로자의 전공-업무 불합치는 참여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스킬 과잉은 OECD 평균과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OECD 평균과는 반대로 우리나라에서는 스킬 과잉이 학력 과잉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이런 결과들은 OECD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고학력화의 진전이 학력 과잉을 일으키지만 성인 스킬의 증진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취업 시에 교육받은 내용과 이를 통해 길러진 역량보다는 고학력 증명서로서 졸업장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유추할 수 있다.

이번 PIAAC 조사에서 드러난 충격적인 결과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나라 교육이 실질적인 학습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시급히 대전환해야 한다. 학교가 단지 시험에서 정답을 찾는 기술을 가르치는 데에만 치중하고 사회분배 시스템으로 주로 기능한다면, 학생들의 높은 성취도와 낮은 흥미도, 그리고 성인들의 낮은 스킬 수준과 학력 과잉은 계속될지도 모른다. 이제는 학교교육이 학생들에게 학습에 대한 지속적 동기를 줄 수 있어야 하고, 그래서 성인이 돼서도 더 배우려는 열의와 자주적 학습력을 갖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평생학습 시스템도 대폭 강화해 모든 성인이 누구나 계속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일터에서 근로자들이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업무를 통해 학습력을 끊임없이 신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일자리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에서 일터 학습 고도화가 절실하다.

PIAAC는 경제적, 비경제적 성과의 주요 결정 요인으로서 인간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성인 인구의 비중이 크게 높아진 우리나라 상황에서 성인 역량은 국가 경쟁력을 위해 더욱 중대한 문제로 대두했다. 이번 결과가 우리나라의 어두운 미래를 예견케 하는 취약한 성인 역량 기반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보여 걱정스럽다. 하루빨리 사상누각이 아닌 질적으로 단단한 자주적 학습력의 기반을 닦아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금 우리가 누리는 단군 이래 최고의 전성기가 금세 물거품처럼 사그라들지도 모른다고 말한다면 과잉 해석일까?

장원섭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 wch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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