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상태에 빠진 서울올림픽 여자하키 은메달리스트가 4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30일 박순자(58)씨가 경희대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 후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박씨는 올 9월부터 두통이 심해지면서 치료를 받다가 지난달 집 근처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생전 기증 의사를 밝힌 박씨 뜻을 존중해 심장·폐·간·신장 기증을 결정했다.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난 박씨는 늘 운동과 함께 해왔다. 중학교 시절 육상선수로 활약하다 고등학교 때 여자하키로 전향했다. 1986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됐고, 1988년 서울올림픽에선 여자하키팀 일원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씨는 국가대표 은퇴 후엔 생활가전 유지보수 팀장으로 근무했다. 최근엔 퇴직을 준비하면서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 등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을 꿈꿨다. 그는 매달 불우이웃을 후원하고 꾸준히 봉사활동에 나서는 등 주변 사람을 먼저 챙겼다. 특히 장기 기증이 적어 이식받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있다는 TV 방송을 본 뒤엔 '내가 죽게 된다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증을 하고 싶다'고 종종 이야기했다.
박씨의 아들 김태호씨는 "함께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우리나라를 널리 알린 여자하키 국가대표이자, 삶의 끝에 4명의 생명을 살린 영웅 기증자 박순자 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기증자의 따뜻한 마음이 연말 사회 곳곳에 따뜻한 온기로 퍼져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