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에 중대 영향을 미칠 판결이 내달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가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를 상대로 제소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론이 3월로 잡혔다. 수입금지 결정이 나면 한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미국 진출에 제동을 걸 수 있어 디스플레이 업계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신청한 불공정 무역행위에 따른 수입금지 여부에 대해 오는 3월 17일 최종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2022년 12월 제기한 것으로, 미국 유통 업체들이 특허를 침해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판매하고 있다며 수입 금지를 주장했다.
처음에는 중국산 OLED를 수입 판매한 유통 업체가 대상이었으나 문제 삼은 제품들에 BOE 패널이 포함되면서 BOE가 자진해 피신청인이 됐다.
ITC는 지난해 11월 예비판정을 내렸다. BOE가 삼성디스플레이 특허 3건을 침해했으며, 미국 수입·도매업체는 삼성디스플레이 특허 4건을 무단 사용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수입 및 판매금지까지는 필요치 않다고 봤다. 이들 분쟁이 '미국 내 산업'으로 볼 수 없고 수입 금지 시 미국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에 패널을 구입해야 해서 '수리할 권리'가 위축된다며 관세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예비결정한 것이다.
ITC의 예비판정은 최종에서 뒤집힌 사례가 적다. 특히 미국 내 산업이 존재하거나 형성 중일 것이어야 한다는 '미국 내 산업' 요건이 한 번 결정되면 뒤집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특허법 전문가는 “보통 예비결정이 최종결정에서 뒤집히지 않고, 법원도 수입금지 권한이 있지만 ITC 결정을 뒤집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면서 “다만 특허 침해가 인정되면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반전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와 하원 중국공산당특별위원회가 BOE를 지목하며 미국 IP를 존중하지 않는 중국 기업들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해야한다고 의견을 제출했다.
또 최근에는 ITC가 관세법 위반이 없다는 지난해 11월의 예비결정 일부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최대 관건인 '미국 내 산업' 요건을 ITC가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최종 결과가 주목된다.
반전이 일어나 수입금지 명령이 내려지면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중국 업체들의 미국 진출을 막는 '장막'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특히 BOE는 애플 아이폰에 OLED를 공급하고 있는데, BOE 패널을 탑재한 아이폰이 미국에 수입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파장이 크고, 아이폰 OLED 물량은 다른 협력사인 삼성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 쪽으로 넘어올 수 있어 상당한 업계 변화가 예상된다.
반면, 수입금지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기존처럼 중국산 패널이 미국에 수입돼 삼성이나 LG가 잡을 수요를 일부 잠식하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미국에는 중국산 패널이 AS용도로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AS센터에서는 디스플레이 교체 비용이 비싸 사설 수리 용도로 OLED를 수입, 판매했다.
한편 향후 수입금지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ITC 결정에서 특허 침해가 인정됐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향후 특허 사용료도 요구할 수 있을 전망이다.
내달 17일 ITC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미국 대통령은 60일간 심사기간을 갖는다. 심사기간 중에 대통령이 승인하거나 심사기간이 지나면 확정된다. ITC 결정에 대한 거부권은 2013년 오바마 전 대통령이 행사한 바 있는데, 애플의 삼성전자 특허 침해 결정에 대한 것이었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