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압은 병원에서만 재는 수치가 아니다. 실제 일상 속 혈압은 병원 결과와 다를 수 있으며, 이를 간과할 경우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50대 직장인 A씨는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정상이었지만, 이후 심장비대와 경동맥 두꺼움이 발견됐다. 정밀검사 끝에 24시간 활동혈압검사(ABPM)를 실시했고, 평균 혈압이 높다는 진단을 받아 고혈압약을 복용 중이다. 병원에서는 정상이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혈압이 높은 상태, 이를 '가면고혈압'이라 부른다.
반대로 병원에서만 혈압이 높고 일상에서는 정상이면 '백의고혈압'이다. 두 경우 모두 고혈압 진단의 사각지대에 해당한다.
분당제생병원 오민석 심장혈관내과 과장은 "가면고혈압은 낮게 나온 수치만 믿고 스스로 정상이라 여기는 데서 문제가 시작된다"며 "특히 아침에 높고 밤에는 낮은 혈압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특정 시간대만 측정해 낮은 수치만 보는 오류가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또한 흡연자의 경우 일시적으로 담배를 끊고 병원을 찾으면 평소보다 낮게 나올 수 있다. 반대로 백의고혈압은 병원 진료에 대한 긴장감이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혈압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다. 병원 도착 직후 측정하거나, 직전 커피 섭취나 흡연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오 과장은 "가면고혈압과 백의고혈압은 진단명이 아닌 하나의 현상이며,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친다"며 "가면고혈압은 치료가 필요한 고혈압이고, 백의고혈압도 장기적으로 고혈압으로 진행될 수 있어 모두 관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혈압은 2019년 630만 명에서 2022년 727만 명 이상으로 증가했고, 가면·백의고혈압 유병률은 각각 10%, 고위험군은 20~30%에 달한다는 국내외 연구가 있다.
가정혈압 측정은 정확한 고혈압 진단에 도움이 된다. 측정 전 30분간 흡연·운동·카페인을 피하고, 양팔 중 높은 쪽 혈압 기준으로 평균값을 참고해야 한다. 병원 기준은 140/90mmHg, 가정 기준은 135/85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본다.
오 과장은 "고혈압은 자각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다"며 "일상에서 혈압을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짠 음식 줄이기, 금연·금주, 체중 조절 등의 생활습관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혈압이 높게 나왔다면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치료 여부를 확인하고, 약을 복용 중인 환자도 꾸준히 가정에서 혈압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경기신문 = 김정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