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배를 끊으려고 금연껌을 씹잖아. 금연껌은 뭐로 끊어!” 배우 신현준이 억울한 목소리로 금연껌 중독을 호소하는 짧은 방송 영상을 봤을 때만 해도 나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금연껌을 못 끊는 사람’이 내가 될 줄은.
지난 4월부터 시작한 금연이 어느덧 8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금연은 듣던 대로 쉽지 않았지만, 금연껌 덕에 큰 흔들림 없이 다짐을 지켜가고 있다. 문제는 8개월째 금연껌을 못 끊고 있다는 점이다. 금연껌이 다 떨어지면 왠지 담배가 다 떨어졌을 때보다 더 불안하다. 금연껌을 쉴 새 없이 씹어대는 탓에 턱에 쥐가 날 지경이다. 퇴근할 때까지 종일 질겅거리는 내게 한 후배는 ‘사실상 일하면서 담배를 계속 피우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물었고, 나는 못 들은 척했다.
금연껌 씹기는 사실 완전한 금연이 아니다. 소량이지만 니코틴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금연에 실패했나 하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지금 담배는 안 피우니까. 게다가 금연껌에는 니코틴만 있을 뿐 타르나 일산화탄소, 벤젠 등 담배에 있는 4000여개에 달하는 유해물질이 없다. 담뱃값이 오른 지금은 담배와의 가격 경쟁력도 그리 밀리지 않고, 지독한 냄새도 사라졌다. 무엇보다 아내가 좋아하니까 그것만으로도 대성공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많은 이들이 새해 다짐을 세우는 때다. 다이어트, 외국어 공부, 금주·금연…. 물론 매년 그래왔듯 우리는 대부분 목표를 이뤄내지 못할 것이다. 몇 번째일지 모를 ‘작심삼일’에 한숨 쉬거나, ‘중꺾마’의 시대에 너무 쉽게 꺾여버린 마음을 아쉬워할 것이다. 꼭 새해가 아니어도 우리는 수많은 다짐과 도전을 한다. 그리고 적지 않은 실패를 맛본다. 비교적 가벼운 다짐이야 실패해도 한숨 한 번 쉬어주면 그만이지만, 더 큰 다짐이나 계획에 실패하면 주눅이 든다. 주눅 든다는 건 마음의 성벽이 낮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실패의 원인을 오롯이 자신에게 돌리며 자신을 미워하고 원망하는 데까지 이른다.
타인에게 더없이 다정한 사람이 정작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엄격한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라는 말을 남들에게는 쉽게 건네면서 자신에게는 해주기를 어려워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니 우리 모두 제대로 지키지도 못할 새해 다짐에 고통받느니, 차라리 그 말을 새해 다짐으로 삼아보자. 자신에게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라는 말을 더 많이 해주기로 하자. 다들 그 일에 자잘하게 자주 성공하면 좋겠다. 가끔 그 일에 실패해도 자신을 탓하지 않고 다시 한번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실패라고 여겼던 일들이 돌아보면 썩 나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금연껌 중독’이라는 결과를 낳았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꽤 괜찮은 내 금연 생활처럼. ‘그 정도면 성공 아니냐’고 묻고 싶은 분들께는 내가 일본어 공부를 마음먹었다가 흐지부지되기를 반복한 끝에 히라가나만 4번쯤 새로 외운 사람이라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 그 정도는 내년 좋은 계절에 일본 여행을 가겠다는 내 막연한 계획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때까지도 일본어를 읽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럴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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