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자료’ 그칠 가능성에도 신학기 교과서로 도입하기로
경북교육청도 “적극 권장”…전교조는 속도전에 우려
일부 교육청이 법적 지위가 여전히 불명확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의 전면 도입을 밀어붙이면서 학교 자율성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교육청은 오는 3월 신학기부터 지역 모든 초·중·고교에서 이른바 ‘AI 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을 강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도입 대상(초 3~4·중1·고1)인 학생 7만9000여명이 영어·수학·정보 과목 수업 시 태블릿 PC를 갖고 수업할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은 AI 교과서 구입 예산 89억7500여만원을 편성한 상태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교과서’인 만큼 당시 일선 학교에도 전면 도입 사실을 알렸고, 교사 연수나 시스템 정비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AI 교과서는 지난달 26일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지위가 낮아졌다. 이 법률안은 지난 10일 정부로 이송됐다. 정부가 국회에 재의요구를 하지 않고 이대로 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교과서가 아닌 수업 ‘자료’가 된다.
다만 교육부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재의요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요구안이 수용되면 국회에 재의를 청할 수 있고 재표결이 필요하다.
즉 AI 교과서는 도입을 한 달여 앞둔 시점임에도 법적 지위가 확정되지 않은 셈이다. 교과서는 모든 학교에서 채택해야 하지만, 교육자료는 개별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활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앞서 “국회에서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올 한 해는 AI 교과서 사용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면서 “강제 사용이 아닌 선택적 사용을 하도록 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구교육청은 최근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AI 교과서 선정 기한을 다음달 초까지로 못 박았다. 경북교육청 역시 도입에 적극적이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일선 학교에 (AI 교과서를) 사용하도록 적극 권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야당과 전교조 등 일부 교원단체, 학부모를 중심으로는 AI 교과서 도입의 속도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효과성 검증 부족과 디지털 기기 의존 심화, 사교육 유발 등의 문제에다, 법안도 확정되지 않은 정책을 개별 교육청이 밀어붙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