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뜻도 모르는데"…연간 '46권' 읽어도 청소년 문해력 하락하는 이유는

2025-01-14

지난해 경기도 학생들이 1인당 평균 46.5권을 읽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학생 문해력은 계속해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14일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경기도 내 학생 독서량은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해력은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8일 발표한 2024 학생 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내 청소년들은 연간 평균 46.5권의 책을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 청소년 연간 독서량이었던 34권보다 확연히 높은 수치다.

하지만 이처럼 높은 독서량에도 불구하고 도내 학생들의 문해력은 과거보다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가 도내 초‧중‧고 교원 1113명을 대상으로 '학생 문해력 실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교원 약 절반에 달하는 47.5%는 '학년 수준에 비해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이 20%가 넘는다'고 답했다. '도움 없이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20%가 넘는다'고 답한 교원도 31.4%나 됐다.

글의 맥락과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20% 이상이라고 답한 교원도 46.2%였다. 어려운 단어나 한자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20% 이상이라는 답변은 무려 66.7%에 달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교원들은 '학생이 금일을 금요일로 착각했다' ,'왕복이라는 단어의 뜻을 몰랐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혈연이라는 뜻을 몰랐다' 등 상황을 토로하기도 했다.

경기지역 한 중등교사는 "학생들이 어렵거나 모르는 단어가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요즘은 그 정도가 심해진다고 느낀다"며 "도움 없이 교과서를 읽지 못할 정도인 학생들도 있는데 연간 독서량이 46권에 달할 줄은 몰랐다"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만약 독서량이 정말 46권에 달한다고 해도 정작 문해력이 하락하고 있다면 올바른 독서가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높은 평균 독서량에도 불구하고 학생 문해력은 심각한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어 학생들이 올바른 독서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청소년기의 학생들에게는 청소년기 발달 수준과 독서 수준에 맞는 적절한 도서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작 청소년 필독도서, 추천도서의 경우 청소년들의 독서습관과 동떨어져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실제 도교육청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 40.7%는 친구가 추천했을 때 가장 많이 책을 읽는다고 답변했다. 또래관계에 큰 영향을 받는 청소년들의 특성이 반영된 조사결과다.

김선희 책타래 독서논술교육연구회 대표는 "학생들이 필독서 위주로 읽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정작 필독서를 제대로 읽기 위한 시간은 짧다"며 "수능에도 나온 필독서가 성인들이 읽기에도 낯설고 힘든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려운 책을 짧은 시간 안에 읽는 상황이 반복되면 학생들은 독서에 지치게 되고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아직까지도 방학이 되면 '이 책 읽어야 해'하는 억제가 오히려 학생들의 주도적인 독서를 방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상황과 수준에 맞는 도서를 필독서와 추천도서로 설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교육청,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는 한 학기 한 권 읽기 프로그램과 같은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학생들의 올바른 독서를 위한 세심한 지원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제언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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