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경각심’ 꺾였나…보건소 금연클리닉 등록률 반토막

2025-05-31

최근 10년 동안 국내 성인 흡연율은 4.6%포인트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담배를 끊기 위해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은 사람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흡연에 대한 경각심이 약화되고 부실한 금연 클리닉 서비스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금연을 6개월 이상 유지하는 성공률도 20%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국내 성인 흡연율은 2014년 24.2%에서 2023년 19.6%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율이 줄어든 것은 다행이지만 기존 흡연자의 금연 노력은 흡연율 감소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국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금연클리닉 등록자는 2014년 43만9971명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1만8589명으로 떨어졌다. 10년 새 절반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금연클리닉 등록자 감소에는 흡연 인구 자체 감소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지만, 흡연에 대한 경각심 약화와 금연클리닉 서비스 부실 등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금연클리닉 등록자는 2010년 전후 40만명 안팎에서 오르내리다 담뱃값이 인상된 2015년에 57만명으로 대폭 늘어난 이후 조금씩 줄어 2019년 30만명 후반(35만8966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인 2020년엔 16만5000명, 2021년 14만7000명으로 크게 줄었다가 코로나19 회복 후 서서히 회복되긴 했으나 여전히 20만명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금연클리닉 등록자 중 금연 결심일로부터 6개월 후에도 금연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인 ‘6개월 성공률’은 10년 새 15%포인트 넘게 낮아졌다. 2014년의 6개월 금연 성공자는 16만2635명, 6개월 성공률은 49.2%였지만 지난해 성공자는 6만9260명, 성공률은 33.3%로 줄었다. 6개월 성공률은 2012~2013년 60%를 웃돌았으나 2017년 이후부터 30%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금연 시도율(흡연자 중 최근 1년 동안 24시간 이상 금연을 시도한 분율)은 집계가 시작된 2016년 57.7%에서 2023년 48.0%로 줄었다. 또 흡연자 중 ‘1개월 내로 금연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14년 24.6%에서 2023년 12.9%로 감소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금연 의지가 있는 사람이 줄고 있다”며 “액상형 전자담배 등이 등장한 후 제조사 마케팅으로 인해 흡연자들이 ‘전자담배가 크게 해롭지 않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고, 냄새와 주변인의 불편으로 인해 금연을 하려던 사람들도 금연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금연클리닉 서비스가 관련 예산 축소로 서비스 질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소 금연클리닉 관련 예산은 2015년 262억원 수준에서 2019년 384억원까지 늘었지만 지난해 313억원으로 다시 줄었다. 이 센터장은 “금연클리닉 서비스가 지난 수년간 효과 평가나 개선 절차를 거치지 않은 데다 관련 예산까지 축소된 것도 클리닉 등록자 수 감소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박병탁 기자 pp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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