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머무는 기업엔 이유가 있다”…'강소기업'이 바꾼 일자리 기준

2025-06-24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이유는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정보가 없어서'다. 임금도 높고 복지도 탄탄한 중소기업은 분명 존재하지만, 청년들은 이처럼 숨어 있는 기업을 잘 알지 못한다. 반대로 중소기업은 적합한 인재를 구하지 못한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정부는 '청년일자리 강소기업'을 선정해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유로운 연차 사용, 자격증 취득비 지원, 사람 중심의 조직문화, 자율복장까지. 청년들이 바라는 조건을 고루 갖춘 중소기업들이 있다. 이름은 낯설지 몰라도, 입사 경쟁률은 만만치 않다. 보안기술 전문기업 '인트브릿지'와 자동차 부품기업 '진솔인더스트리'는 청년이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청년일자리 강소기업으로 선정된 '인트브릿지'는 2021년 설립된 보안기술 전문기업이다. 정보보호 인증 통합관리 플랫폼 '컴플라인(Compline)'을 자체 개발해 KB국민은행, SK하이닉스,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주요 기관에 공급하고 있으며, 다수의 특허와 소프트웨어 품질인증, 저작권 등록, 기업부설연구소 인증 등을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전체 직원 60% 이상이 청년일 정도로, 청년 인재가 중심에 서 있는 기업이다.

이 기업의 경쟁력은 단순한 기술력에만 있지 않다. 도서구입비, 자격증 취득, 자기계발비 등 청년 인재의 성장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며,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를 통해 일과 삶의 균형도 보장한다. 연차 보장, 회식 강요 없는 문화, 캐주얼데이를 통한 자유복장 등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는 인트브릿지가 청년들에게 '가고 싶은 회사'로 꼽히는 이유다.

인트브릿지 관계자는 “다양한 고객사의 신뢰를 쌓아 올 수 있었던 것은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노력해 준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실력 있는 청년 인재들과 함께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지속 가능한 보안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진솔인더스트리'는 2005년 설립된 자동차 시트 부품·소재 개발 전문기업이다. '사람을 위한 기업'이라는 경영 철학 아래 시차출퇴근제, 정시퇴근제, 재택근무제 등 다양한 유연근무제를 운영하며 직원들의 워라밸을 보장하고 있다. 특히 직원의 60% 이상이 여성으로, 모성보호 제도는 물론 여성 전용 휴게실, 모유수유실, 사내 카페테리아 등 체계적인 복지 인프라도 갖췄다.

기술 투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진솔인더스트리는 자동차 시트 부소재 접착에 국내 최초로 '핫멜트 공법'을 도입했으며, 스마트팩토리와 탄소중립형 지능형 공장 도입을 통해 생산현장의 디지털 전환과 지속가능성도 함께 추구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회사 경영에 있어 사람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며 “환경과 사람의 가치를 동시에 고민하며 지속 가능한 제조업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두 기업은 업종도, 규모도 다르지만 공통된 특징이 있다. △청년 중심의 인재 전략 △워라밸과 유연근무 중심의 조직문화 △직무 성장과 복지의 병행 △기술혁신에 대한 적극적 투자 등이다. 이처럼 청년이 머무는 기업은 '좋은 일자리'의 기준을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다.

정부가 2025년부터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청년일자리 강소기업' 사업은 이런 우수 기업들을 발굴해 청년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기업의 규모가 아니라 이익 창출 능력, 임금 수준, 고용 안정성, 교육훈련 및 복지제도 등을 종합 평가해 선정하며, 선정 기업에는 장기적인 인재 매칭과 채용 홍보, 후속 지원이 제공된다.

실제 올해 선정된 청년일자리 강소기업 280개사의 청년 신규 채용 규모는 일반기업보다 4배 이상 많았고(평균 18명), 청년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301만 원으로 일반기업(약 250만 원)보다 50만 원 이상 높았다. 청년 고용 유지율도 66.5%로, 일반기업(55.5%)보다 11%포인트 높았다.

이는 중소기업도 청년의 눈높이에 맞춘 좋은 일자리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지난해 채용 동향 조사에서도 청년의 87%가 “임금과 복지가 보장된다면 기업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 선호는 이제 고정관념일 뿐”이라며 “청년들은 실제로는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를 원한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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