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이 아직 한 달 반 정도 남았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올해 남은 기간보다는 이미 내년으로 향하고 있다. 내란사태로 시작한 올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4월 전면적인 관세 조치 발표로 기존의 질서가 크게 흔들리며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들과 혼란스러운 뉴스들이 이어진 한 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는 완만한 둔화 국면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곧 맞이할 2026년 경제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경제성장률 등 거시지표를 기준으로 보면 크게 나쁘지 않다. 글로벌 성장률은 올해(2.8%)와 비슷하거나 소폭 둔화에 그칠 전망이며, 우리나라 성장률은 올해 낮은 기저효과 덕분에 1%대 중반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의 경기 부양 노력과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선점을 위한 경쟁적인 투자 확대가 성장률을 방어하겠지만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변동성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관세 협정을 마무리하더라도 실질적인 부담은 내년에 본격화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에 따라 갈등이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 미·중 간 분절화 흐름은 여전히 지속되며 오히려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경제는 생산성과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가겠으나 관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정보기술(IT) 기업 중심의 경기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특히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분열이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중국은 정부의 지속적인 부양책과 AI·전기차 산업의 인상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불안과 부채 디플레이션으로 둔화 흐름을 피하기 어렵다. 제조업 수출이 당분간 성장세를 유지하더라도 대외 마찰이 늘면서 지속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대외 환경 속에서 내년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은 1~1.5% 감소하며 둔화할 전망이다. 상호관세 여파로 대미 수출이 줄고, 중국 경기 둔화도 수출 부진을 심화시킬 것이다. 다만 AI 투자 확대와 반도체 호황이 전체 수출을 방어하겠지만 이는 대부분 산업의 실제 체감경기가 헤드라인 수치보다 더 나쁠 것임을 의미한다.
2026년 성장률 반등의 핵심은 ‘내수’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처럼 적극적인 경기 부양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며 관세 영향과 수출 둔화, 부동산 투자 부진, 지방선거 등 정치적 요인도 이를 뒷받침한다. 소비는 올해 1%대 중반에서 내년 1%대 후반으로 상승하고 건설투자는 기저효과와 재정 확대, 부동산 공급정책에 힘입어 개선될 전망이다. 다만 수출 감소와 기업의 해외투자 확대로 설비투자는 둔화될 수 있다. 정책 의존도가 큰 만큼 지표상의 성장률에 비해 체감경기는 여전히 약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2026년은 완만한 회복 속에서도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안정 속 불안’의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정책 방향과 민간의 대응이 조화를 이룰 때만이 그 불확실성을 실질적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