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석으로 쓰이던 '십계명' 석판… 73억원에 낙찰

진위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십계명 석판'이 경매에서 우리돈 73억원에 가까운 가격에 낙찰됐다.

1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경매업체 소더비는 1500여년 전 로마-비잔틴 시대에 제작된 십계명 석판이 이날 경매를 통해 익명의 구매자에게 약 504만 달러(약 73억원)에 판매됐다고 밝혔다.

입찰가는 100만 달러로 시작했다. 소더비는 경매 10분만에 낙찰 예상가인 100만~200만 달러를 훌쩍 넘은 504만 달러까지 올라갔다고 전했다. 익명의 구매자는 해당 석판을 이스라엘 기관에 기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게 약 52kg, 높이 약 61cm인 이 석판은 지난 1913년 오스만 제국(현재 이스라엘 남부 해안지역) 철도 건설 현장에서 발견됐다. 초기 유대교 회당, 모스크, 교회 유적지와 가까운 곳이다.

석판은 글자(고대 히브리어)가 새겨진 부분이 드러난 상태로 수십년 간 집 근처 도로석(포장돌)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사람들이 발로 밟고 다니던 돌이 수천년된 유물이었던 것이다.

발견 이후에도 수십년 간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으나 제이콥 카플란이 '유대 팔레스타인 탐험 협회'에 이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존재가 드러났다.

이후 이스라엘 유물 상인, 미국 뉴욕에 있는 유대교 박물관 '리빙 토라 뮤지엄', 수집가 미첼 S 캐팰 등을 거쳐 18일 소더비 경매에 등장했다.

석판에는 현재 팔레오 히브루라고 불리는 고대 히브리어로 출애굽기의 십계명 중 9계명이 적혀있다. 글씨가 새겨진 부분이 위로 향한 상태로 사용됐던 탓에 글자가 많이 깎여 나간 상태다.

다만 석판에 대한 진위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드폴대학교 법학대학의 문화 유산법 센터장인 패티 저스텐블리스 박사는 이 석판에 대해 문서화된 고고학 발굴 과정에서 발견된 것과 같이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출처가 없고, 수십 년 간 중요성이 인식되지 않았다는 점이 의심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경 관련 경매품은 골동품 시장에서 종종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며 “이러한 구매자들은 (가품일 가능성이 있음에도) 신뢰할 수 없는 출처의 물건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조지 워싱턴 대학교의 크리스토퍼 A. 롤스턴 교수는 1913년 발견 당시 문서가 전혀 없다는 점을 들어 “발견 당시의 기록이 위조자나 골동품 상인의 헛소리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필라델피아 펜 문화 유산센터 연구 프로젝트 책임자인 브라이언 I 대니얼스도 “이 지역(오스만 제국) 유물은 가짜로 가득하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소더비 측 유대교 서적 및 사본 분야 국제 선임 전문가인 샤론 리버만 민츠는 “이 석판은 셰 주요 학자들에 의해 광범위하게 연구되고 조사됐다”며 “그 중요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스라엘 유물 관리청은 이번 낙찰 소식에 매우 기뻐했다”고 반박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