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구제역·고병원성 AI ‘심각’ 단계
철새들 북상 따라 추가 발생 가능성도
럼피스킨 동절기 19건…내달 백신 접종
살처분 등 손실 막심…소비 위축 우려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달까지 구제역 등 제1종 가축전염병 네 종류가 모두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가축전염병 확산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커지면서 축산농가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전남 영암 한우농장 2곳에서 구제역이 추가로 확인돼 지난 14일 이후 발생 건수는 총 10건이 됐다.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 기간(최대 2주)을 감안하면 구제역은 당분간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제1종 가축전염병은 구제역·아프리카돼지열병(ASF)·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럼피스킨 등 네 종류다.
ASF는 이번 동절기에 총 6건이 발생했다. 지난 16일 경기 양주 양돈농장(돼지 6000여마리)에서 발생한 것이 가장 최근 사례다. ASF 감염 멧돼지 발생이 연중 가장 많은 시기가 3~4월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추가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병원성 AI는 지난해 10월말부터 이달 8일까지 가금농장에서 총 37건이 발생했다. 고병원성 AI는 통상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확산한다. 최근엔 발생 시기가 빨라지고 3월을 넘겨서도 야생조류 등에서 고병원성 AI가 계속 검출되고 있다. 지난 16일 전남 화순 저수지(세량제) 인근에서 발견된 삵 폐사체에서 H5형 AI 항원이 검출되기도 했다. 또 세계 각국에서 고병원성 AI가 유행하면서 시기와 지역에 관계없이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철새가 북상하면서 고병원성 AI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제역·ASF·고병원성 AI 등 3개 질병은 현재 위기경보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다. 심각 단계는 여러 시·도에서 질병 발생이 이어지거나 전국 확산이 우려될 때 내려지는 조치다.
럼피스킨은 이번 동절기에 19건이 발생했다. 럼피스킨은 모기, 침파리 등 흡혈 곤충에 의해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감염된 소에서 고열·피부 결절(혹)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식욕 부진, 우유 생산량 감소 등으로 농가와 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 방역당국은 다음달 중 전국에서 사육 중인 소 390만마리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진행할 예정이다.
가축전염병은 가축 폐사로 인한 생산성 저하, 축산물 가격 상승, 소비 위축 등을 초래해 사회·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유발한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1종 전염병 네 종류가 모두 발생한 2023년의 경우 구제역 청정국 지원 신청이 불발되면서 한우 수출이 막힌 데 이어 살처분 비용으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가축전염병 살처분 보상금으로 투입된 예산만 5289억원이다.
한 축산업계 관계자는 “가축전염병 확산으로 소비가 위축되면 생산비 부담 증가로 힘든 농가 사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민간의 자율방역 강화와 사전예방 시스템 효율화 등을 통해 1~3종 법정 가축전염병 발생 건수를 지난해 829건에서 오는 2029년 440건으로 절반가량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