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담합을 통해 수년간 총 7000억 원 규모의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백신 공급사업을 낙찰받아 폭리를 취한 제약사와 의약품도매상들이 과징금을 부과받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3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1부(황의동 최항석 백승엽 고법판사)는 최근 의약품도매상 팜월드, 지엔팜, 웰던팜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팜월드·지엔팜·웰던팜은 의약품 도매상으로서 각각 10억4100만 원, 4억4600만 원, 7800만 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이들은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경쟁 제한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들의 공동행위는 입찰 자체의 경쟁뿐 아니라 입찰에 이르는 과정에서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한 행위"라며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공동행위로 인해 경쟁이 감소해 가격, 수량, 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하면서 공정위가 이들에게 부과한 과징금이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보지 않았다.
백신 총판으로 입찰 담합에 가담한 광동제약과 유한양행도 같은 취지의 소송을 서울고법에 냈지만 최근 패소했다.
공정위의 판단은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서울고법이 심리하게 된다. 팜월드와 지엔팜이 판결에 불복하면서 이들은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앞서 공정위는 2023년 7월 글로벌 백신 제조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6개 백신 총판, 25개 의약품도매상 등 32개 사업자의 백신 입찰 담합 행위에 대해 과징금 409억 원을 부과했다.
이들은 2013년 2월~2019년 10월 질병관리청, 국방부 등이 조달청을 통해 발주한 백신 구매 입찰 170건에 참여해 사전에 낙찰 예정자와 들러리를 설 업체를 합의하고 가격을 담합했다.
이들이 담합한 백신은 모두 정부 예산으로 무료 접종하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대상 백신으로, 인플루엔자·간염·결핵 백신 등이다. 170개 백신의 총 입찰 규모는 7000억 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