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35 닮은’ KF-21, 이젠 완전 스텔스로 간다 [박수찬의 軍]

2025-09-07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시절 공약했던 KF-21 후속 차세대 전투기와 항공기 엔진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공개한 2026년도 국방예산안에 따르면, 5세대 전투기 개발 기반환경 구축을 위한 미래혁신형 기술 투자가 확대된다.

KF-21 개발·양산 사업 예산은 기존 1조3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증액되고, KF-21에 쓸 미사일과 엔진 개발 사업이 신설됐다.

첨단항공엔진 개발은 86억원이 내년도 국방예산에 처음으로 반영되며, 구조와 소재·센서 등 스텔스 기술에는 미래도전 국방기술 사업의 일환으로 630억원을 투자하게 된다.

정부의 의도가 현실화하면, KF-21은 성능개량을 거쳐 F-35처럼 항공무장을 기체에 수납하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바뀔 수 있다.

KF-21에 쓰일 국산 장거리 공대공미사일 개발도 내년도 예산안에 54억원이 처음 반영됐다. KF-21 운영을 위해 강원 강릉 18전투비행단과 충북 예천 16전투비행단 활주로 공사 등을 위한 예산 1788억원도 포함됐다.

KF-21 양산까지 더해지면 KF-21을 통해 공군력과 국내 항공기 산업의 현재와 미래가 함께 준비되고 있는 셈이다.

◆KF-21 성능개량한 스텔스기 등장하나

KF-21은 현재 공대공 무장 위주인 블록Ⅰ 개발과 양산이 진행중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여파 속에서도 KF-21 블록Ⅰ 전력화를 위한 작업은 지속됐다.

지난 2월 공중급유 2차 비행시험이 이뤄졌고, 3월부터는 KF-21 지원체계 후속 통합·운용시험평가도 착수됐다.

KF-21의 ‘눈’ 역할을 하는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의 통합군수지원체계 운용시험 평가도 3∼6월에 진행됐다.

KF-21 개발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방위사업청은 내년 후반기까지 블록Ⅰ 개발을 마치고, 내년부터 2028년까지 추가무장시험을 진행해 공대지 능력을 빠르게 확보, 블록Ⅱ를 만들 방침이다.

블록Ⅱ에 이어 개발될 기종은 적 레이더에 포착될 확률을 최대한 낮추는 스텔스 성능을 강화하는 등의 성능개량이 이뤄질 블록Ⅲ다.

제한된 스텔스 기능을 갖춘 KF-21은 체계개발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2010년대 초반부터 스텔스기로 발전할 잠재력을 갖춘 형태로 기체 설계가 이뤄졌다.

KAI는 이같은 잠재력을 활용, 2023년부터 완전한 스텔스 성능을 갖춘 KF-21 블록Ⅲ 의 개념도와 개발 방향 및 소요기술을 세미나 등을 통해 소개해왔다.

블록Ⅲ는 F-35처럼 무장과 센서를 기체 내부에 수납하는 등의 개량 작업을 통해 적 레이더에 탐지될 위험을 크게 낮춰 5세대 스텔스기 성능을 갖추게 된다.

동체 하부에 내부무장창을 설치, 미티어 장거리 공대공미사일 4발이나 정밀유도폭탄 등을 수납한다. 이를 위해 기존 반매립 형태의 무장장착대를 철거하고 기체 내부 배선을 재배치한다.

전자전 관련 센서도 기체 내부에 수납한다. 적외선 탐지추적장치(IRST)와 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EO TGP)는 F-35처럼 매립형 전투기 전자광학 표적획득시스템(EOTS)으로 대체한다.

유·무인 복합체계를 적용해 KF-21 블록Ⅲ가 다수의 무인편대기를 운용하는 기술도 적용될 전망이다.

블록Ⅲ가 고속·대용량 데이터링크로 무인편대기를 통제하면, 정보 공유를 통해 전장상황을 훨씬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적군의 위협이 큰 곳에서 무인기가 대신 임무를 수행해 조종사의 생존률을 높인다.

공격 작전에서도 옵션을 늘릴 수 있다. KF-21 내부무장창에 공대지 정밀유도폭탄을 탑재하고 무인편대기가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을 갖춘다면, 중장거리 공대공·공대지 능력을 단일 작전에서 운용하는 셈이다.

◆항공엔진·미사일 개발…리스크도 존재

항공기의 핵심인 엔진 공급을 외국에 의존하면, 가격 및 수출 문제 등에서 제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항공우주분야 핵심 기술 축적도 한계가 있다.

무인기와 전투기에 쓰일 항공엔진을 개발하는 사업이 문재인·윤석열정부 시절부터 거론된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른 국가첨단전략기술에 첨단 항공엔진 소재·부품 기술을 추가했다.

첨단 항공엔진 사업은 중·대형 무인기 탑재용 터보팬 엔진을 개발하면서 차세대 전투기에 쓰일 1만6000파운드힘(lbf) 수준의 엔진을 만드는 것으로 목표로 한다.

추력을 점진적으로 높여서 무인기 엔진 기술을 확보하고 항공엔진 개발·시험 경험을 축적, KF-21에 쓰이는 미국 GE F414-GE-400K 엔진과 동등한 수준의 1만6000lbf급 국산 엔진을 개발·대체하게 된다.

항공기 터보팬 엔진 조립 경험이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가스터빈 경험을 갖춘 두산에너빌리티가 주도한다.

현재 중형 무인기에 쓰일 5500lbf급 터보팬 엔진 개발 사업은 2019년 개발을 시작했으며, 올해 말까지 시제 1호기 엔진 조립에 착수할 계획이다. 2027년에 종료될 예정이다.

스텔스 무인기 등 대형무인기에 적용될 1만lbf급 터보팬 엔진은 2023년 10월 사업타당성 조사가 끝났으며, 올해 개발에 착수한다.

KF-21의 ‘창’인 장거리 공대공미사일 개발도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2033년까지 7535억원이 투입된다.

KF-21은 유럽 MBDA의 미티어 장거리 공대공미사일 4발을 탑재한다.

아시아 최초로 KF-21에 탑재된 미티어는 최고 속도 마하 4.5로 비행해 200㎞ 밖의 전투기도 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티어의 뛰어난 성능은 국내에서 진행되는 장거리 공대공미사일 개발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것이 덕티드 램제트 추진기관이다. 미티어는 외부 공기를 흡입해 연료를 연소하는 덕티드 램제트 추진기관을 채택했다. 공기만 잘 흡입하면 연료가 떨어질 때까지 처음 작동 단계 추력을 유지할 수 있다.

흡기량을 조절해서 추력을 조정하면 사거리를 늘릴 수 있고, 종말단계에서 급가속헤 표적이 도주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산 암람 장거리 공대공미사일보다 우수한 성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국내에서 개발할 장거리 공대공미사일도 미티어와 유사한 개념을 지닐 전망이다. 여기에 기존 미사일보다 우수한 표적 탐지 능력, 정보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주고받는 데이터링크 등이 추가된다.

스텔스 기술과 첨단항공 엔진, 공대공미사일 개발은 방위산업 기술 축적과 국가적 영향력 확보, 공군력 증강 등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우려의 시각도 제기된다. 기술적 리스크가 상당한 프로젝트라 비용과 시간이 당초 예상치를 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덕티드 램제트 추진기관 등을 채택한 미티어 미사일은 개발기간이 25년에 달했다. 항공무장 개발 경험을 지닌 유럽 국가들이 모였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전투기용 터보팬 엔진 개발도 기술적 난도가 높다.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만이 지닌 것으로 기술적 장벽이 매우 높다. 고열·고압을 견딜 수 있는 소재 기술 등도 필요하다.

5세대 전투기 칸(KAAN)을 개발 중인 튀르키예는 1985년부터 전투기·무인기용 터보팬 엔진을 제작·설계한 경험을 쌓았다. 이를 통해 자국의 무인기를 수출하는데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고출력 엔진을 장착해야 하는 5세대 전투기인 칸의 엔진을 만드는 문제는 달랐다. 이 때문에 영국 롤스로이스 등선진국의 기술지원을 받고 있다.

한국이 첨단 항공 엔진 개발을 독자적으로 진행한다면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다. 이는 시간과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예산과 개발 기간의 효율적 사용, 리스크 감소 등을 위해 미사일과 엔진, 스텔스 등의 분야에서 기술지원 역할을 수행해줄 해외 파트너를 확보하는 노력을 정부가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를 위해선 미국이나 유럽에서 진행중인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개발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서 정부의 정책적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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