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지도 30년 경력의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세종대에서 열린 대입 전략 설명회에서 한 말이다. 설명회 직전인 이날 오후 법원은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의 논술시험 합격자 발표를 중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임 대표는 “연세대의 합격자는 타 대학 합격자와도 맞물려 있다”며 “상위권 수험생들은 연세대의 조치를 예의주시 해야 한다”고 했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입시 시즌이 찾아왔지만 잇따른 돌발 변수로 수험생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연세대 사태와 의대 정원 논란, 쉬운 수능 등의 요소가 얽히며 상위권을 중심으로 입시 방정식이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연세대 재시험 따라 대입 일정 변경될 수도
당장 수험생 관심이 큰 사안은 연세대 논술고사 재시험 여부다. 해당 전형에 지원한 수험생은 1만여 명이지만, 이들은 수시에 6번까지 중복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대학, 지원자까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임성호 대표는 “타 대학에 연쇄적으로 미치는 피해가 너무 막대해 추정할 수도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한국대학교수협의회와 한국대학교수연대 교수노조는 18일 “연세대는 논술시험에서 관리 및 운영 부실을 초래했고 입시의 공정성을 현저히 해쳤으며 시험을 본 1만 444명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재시험을 촉구했다.
아직 연세대는 재시험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지원자들은 연세대 합격 여부를 알지 못한 채로 다른 대학 등록을 결정해야 할 수도 있다.
이만기 유웨이 부사장은 “가능하다면 다음달 13일 수시모집 최초합격자 발표 전까지, 이게 힘들다면 수시모집 추가합격자 발표가 끝나는 26일까지라도 재시험, 채점, 합격자 발표 등의 절차가 모두 이뤄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정시모집 일정, 내년도 개강까지 미뤄질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대입 일정 전체를 미루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는 검토하기 어렵다”며 “그 전에 피해를 최소화 할 방법을 연세대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여야정 협의가 진행되면서 의대 정원 변경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의료계에선 의대 수시모집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의대 미충원 인원은 2019학년도 213명, 2020학년도 162명에 달했지만 2022학년도부터 100명 미만으로 줄었다. 2023학년도는 13명으로 1% 미만을 기록했으며 2024학년도에도 33명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과거에는 비수도권 의대와 최상위권 공대에 중복 합격한 경우 공대를 선택하는 수험생이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거의 모두 의대를 택하면서 의대 미충원 인원이 크게 줄었다.
올해는 미충원 규모가 지난해보다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모집 인원이 늘어난 데다, 평이한 수능으로 타 의대 중복합격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수시 납치’를 걱정하는 반응이 많다. 수시모집에 합격하면 정시모집 지원이 불가능 때문에, 입시 업계에서는 높은 수능 점수를 활용하지 못하고 수시에 합격하는 경우를 납치라고 표현한다.
한 대입 커뮤니티에는 자신의 성적을 공개한 네티즌이 “수시 쓸 땐 의대 납치 되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정작 수능이 잘나오니 정시로 쓰고싶다”는 글을 올렸다. 부산의 한 진로진학 부장은 “이번 수능으로 상·하위권이 뒤섞여 버리면서 논술 시험을 보러 가야 하느냐는 문의 전화가 계속 온다”고 말했다.
돌발 변수에 복잡해진 셈법
각종 변수로 인해 입시 막판까지 수험생들의 눈치 싸움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만기 부사장은 “이번 주말에 한양대 논술이 예정돼 있는데 여기에 응시한 학생들 상당 수가 연세대 지원자와 겹쳐 재시험 방침에 따라 응시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성호 대표는 “연대 자연계열은 일부 의대, 약대 등 메디컬 계열 합격선과도 겹치는 상위권 대학”이라며 “정원 조정, 재시험 등으로 합격자가 연쇄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의정 갈등이 지속되며 내년 의대 정원 줄어들 수 있다는 수험생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올해 의대 지원자들은 기대보다 낮은 대학에 합격하더라도 등록하려고 할 것이며, 정시모집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