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소산업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포럼이 6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에서 열려 오피니언 리더들이 향후 수소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난(難)감축’ 즉 탄소 감축이 어려운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한 수소 시장 조성이 핵심 과제로 강조됐다.
국내 수소 시장은 아직 초라하다. 연간 210만t 이상 수소가 생산되지만, 산업용 가스를 제외하면 올해 약 2만3000t의 수소차 연료용 시장이 전부다. 청정수소발전 의무화제도(CHPS) 시행으로 발전용 연료 시장이 열렸으나, 이는 도시가스(메탄)와 암모니아 중심이라 순수한 수소 시장으로 보긴 어렵다. 반면 난감축 부문에서는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세(CBAM)나 미국의 해외오염관세법(FPFA) 등의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필수적인 청정수소 활용에 대한 관심이 많다.
관심이 수요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수요는 가격에 따라 결정되는데, 2023년 미국 ‘국가 청정수소 전략 및 로드맵’에 따르면 철강산업에서 수소 수요가 창출될 수 있는 청정수소 소매가격은 ㎏당 2달러(약 3000원)대 아래다. 국내 업계도 비슷하게 본다.
하지만 국내 수소 가격은 훨씬 비싸다. 예를 들어, 화석연료 기반 ‘그레이 수소’도 차량 연료용 소매가격이 ㎏당 1만원이 넘는다. 제주도의 풍력 기반 ‘그린 수소’는 도매가격이 ㎏당 약 2만원으로 발표되었지만, 실제로는 4만원 이상이다. 참고로, 수소 수입국인 독일에서는 최근 그린 수소의 평균 소매가격이 ㎏당 약 1만3000원 정도였다.
국내 수소 가격이 높은 근본적 원인은 공급 부족이다. 국내 수소 수급은 매우 빠듯해, 2023년 11월 현대제철 사례처럼 생산시설 한 곳만 고장 나도 대규모 공급 차질이 발생한다. 수요보다 공급이 빠르게 늘어 초과 공급상태가 되어야 가격이 하락할 텐데, 국내 공급자들은 선제적으로 생산을 늘릴 유인이 부족하다.
해외 주요국들은 보조금·세금공제·차액지원 등을 통해 수소생산 확대를 유인하고 있다. 가령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청정수소 생산에 세금공제 혜택을 제공하며, 2031년까지 그린 수소 생산단가를 ㎏당 1달러, 소매가격을 3달러 이하로 낮추는 게 목표다.
국내 철강업계는 청정수소 조달이 해결되지 않으면 고로(용광로)를 해외로 이전할 수 있다고 볼멘소리를 해왔다.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이전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국가 기간산업의 국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제라도 수소 가격 인하를 정책 목표로 설정하고 생산지원 등 구체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