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 D데이(4월2일)를 앞두고 현대차와 제너럴모터스(GM)의 세부 협력 방안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완성차 업체인 GM과의 실질적 제휴 확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에 부합한다. 현대차로선 GM과 구체적 성과를 내면 낼수록 앞으로 이어질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북미 지역에서 전기 상용 밴 모델 2종과 중형 픽업트럭을 공유하는 현대차와 GM의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근하고 있다고 소식통과 현대차 측 자료를 인용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밴을 GM에 제공하고 GM은 중형 픽업트럭을 현대차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자사 모델 승합차를 GM 브랜드로도 판매할 수 있도록 GM에 제공할 방침이다. 처음에는 차량을 한국에서 들여오지만 오는 2028년부터는 이를 북미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새 공장을 짓거나, 기존 시설에 생산라인 추가 또는 제조 위탁 등의 방안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자사 픽업트럭을 현대차 측과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중형 픽업트럭 쉐보레 콜로라도와 GMC 캐니언이 공유 대상 모델로 꼽힌다.
현대차는 GM의 인기 있는 대형 픽업트럭도 공유받기를 원하고 있으나 GM 측은 이는 논의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픽업트럭 공유는 상용 밴보다 협상이 더 오래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또 브라질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소형 SUV를 GM에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현대차는 판매량 기준 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율 3위이며, GM은 세계 5위, 북미지역 1위 업체다.
소식통은 협력 관계인 두 회사의 모델 공유 방안 논의가 향후 파트너십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전기차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글로벌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서 GM과 현대차도 다른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과 마찬가지로 비용 절감과 기술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제품 공유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로이터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는 컴퓨팅 칩과 차세대 배터리, 배터리 소재와 관련해서도 GM 측과 공동 구매나 공동 개발을 고려 중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는 이달 말로 예정된 조지아주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준공식 개최 이벤트로 우선 ‘급한 불’을 끄고, 앞으로는 GM과의 포괄적 제휴·협력을 고리로 어느 정도 시간을 끌면서 현지 생산·투자를 늘리고 실리도 취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