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이나 휴대전화를 잃어버리느니 후각을 잃는 편이 낫다.” 2011년 글로벌 광고회사 맥켄에서 16~22세 7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3%가 선택한 답변입니다. 현실 세계의 일거수일투족을 디지털 세상에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세대다운 선택입니다. 전자기기를 위해서라면 오감 중 한 가지는 포기할 수 있다는 거죠. 문화비평가 크리스틴 로젠이 『경험의 멸종』을 쓴 이유입니다. 스마트폰을 넘어 인공지능(AI)의 시대, 경험은 어떻게 바뀔까요?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까요? 헬로페어런츠(hello! Parents)가 ‘AI 시대 생존법’을 주제로 준비한 마지막 책을 통해 살펴봅니다.

📖『경험의 멸종』은 어떤 책인가?
매 순간 기술과 함께하는 시대입니다. 모르는 장소에 갈 때면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길을 찾고, 약속 장소를 잡을 때는 인터넷에서 식당 리뷰와 별점을 확인하죠. 보고서를 쓰거나 파워포인트를 만들 때는 AI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단 몇 초 만에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오죠. 불과 3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입니다.
우리는 디지털 기술 덕분에 실패를 줄이고 더 효율적으로 살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잃은 것도 많죠.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기술과 문화의 상호작용을 연구해 온 저자는 디지털 기술이 삶의 특정한 가치를 소멸시키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를테면 지도를 보는 눈이나 우연히 맛집을 발견하는 기쁨, 창의력을 발휘하는 경험 같은 것 말입니다.
빅테크 기업은 기술이 삶을 더 윤택하고 풍요롭게 해 준다고 광고합니다. 돈이 없어도 랜선으로 세계일주를 할 수 있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세계인을 친구로 만들 수 있다고요. 하지만 지구 반대편의 풍경을 영상으로 본 것은 진짜 여행이 아닙니다. 24시간 타인과 연결된 세상이지만, 외로움과 고립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고요. 기술을 매개로 한 경험은 착시입니다. 저자는 경험했다는 느낌에서 벗어나 진짜 경험을 되찾아야 할 때라고 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