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113곳인데…가축전염병 첫 검역망 ‘소독조’ 20개뿐

2025-04-06

3월13일 전남지역에서 최초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한국은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상실했다. 농가가 백신 접종을 회피하는 등 방역활동에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검출된 바이러스 유형이 몽골에서 확인된 것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국경 검역망이 뚫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 또한 제기된다. 본지는 4월초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을 찾아 소독시설을 포함한 검역체계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봤다.

게이트는 113곳인데 소독조는 20개=수요일인 2일 오후 2시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주중 오후 시간대여선지 입국장은 한산했다. 먼저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 사무실에 들러 발판소독조가 공항 내 몇개나 있는지 점검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발판소독조는 가축질병을 막는 데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가축질병 바이러스는 공기보다 무거워 밑으로 깔리기 때문이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비행기가 착륙한 후 승객을 내려주는 게이트는 모두 113곳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곳에 설치된 소독조는 20개에 불과했다. 사람이 몰리는 거점에는 통합소독조 10개를, 나머지엔 개별소독조를 설치했다. 통합소독조는 가로 3.8m, 세로 1.8m 크기의 카펫 3개가 한세트로 구성됐고, 지면보다 낮은 매립형이다. 개별소독조는 가로 3m, 세로 1.8m 크기의 카펫 형태였다.

과거 인천공항은 2001년 개장 초기 전체 게이트에 개별소독조를 설치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미끄러짐 사고, 악취 민원이 계속 발생하면서 2014년 ‘거점을 중심으로 한 통합소독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입국장으로 이동해 개별소독조와 통합소독조의 실태를 살펴봤다. 개별소독조는 일부 카펫에서 주변부가 말라 있는 게 눈에 띄었다. 통합소독조는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지나갈 정도로 충분한 폭(3.8m)이었다. 그러나 양쪽에 통제하지 않은 공간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소독조를 피해 지나갈 수 있었다.

소독조를 관리하는 인원은 모두 16명. 이들은 조를 짜 교대로 하루 24시간 업무 공백시간 없이 일한다. 소독약은 짧게는 1시간을 주기로 채워넣는다.

통합소독조, 축산인 대상 소독은 세계 수준=통합소독조는 크게 3단계를 거치도록 설계됐다. 첫번째 카펫에서는 신발을 털고, 두번째에서는 소독을 한다. 마지막 마른 카펫에선 신발을 닦을 수 있게 했다.

동행한 황성철 검역본부 동물검역과장은 “공항 개장 때부터 신발소독조를 도입했는데 이를 눈여겨본 일본·대만이 벤치마킹했다”면서 “3단계로 된 통합소독조는 ‘소독은 철저하게, 이용자 이동은 빠르게’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축산관계자 신고센터’도 이목을 끌었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축산관계자 신고센터가 있는 곳은 전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황 과장은 “사전에 등록된 수의사나 축산업계 종사자는 반드시 축산관계자 신고센터에 방문해 소독을 별도로 받아야 한다”면서 “최근 분무 형태로 소독약이 뿌려지는 개방형 소독시설을 도입했다”고 했다.

수화물 컨베이어벨트 주변을 살피는 탐지견 활약도 눈에 띈다. 지난해 불법 축산물 적발건수는 4만3774건인데 이 가운데 탐지견이 찾아낸 것이 25.8%(1만1304건)에 달했다.

탐지견은 여행용 캐리어, 개인용 가방뿐만 아니라 우편물까지 수색하는 업무를 맡는다. 후각이 뛰어나다보니 짐에서 고기향이 나면 오랫동안 킁킁거리며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황 과장은 “3월 전남지역에서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해 조직 내 긴장감이 한층 커졌다”면서 “세관·입국심사·검역(CIQ)간 협력을 더욱 강화해 검역체계에 허점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인천=이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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