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마다 메시아를 외칠 때 공중 천막에는 등 시린 별빛

2025-08-21

“바람의 파르티타가 흐르는 겨울밤/ 털모자를 쓴 노동자들이/ 발전소 굴뚝에 올라갔다// 발아래 교회마다 메시아를 외칠 때/ 공중 천막에는/ 등 시린 별빛이 찾아왔다// 지상에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 하늘 높이 차린 전례// 기약 없는 복직만큼/ 머나먼 불빛” <내가 어두운 그늘이었을 때> 수록작 ‘공소’ 전문, 걷는사람

박시우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삼각김밥으로 하루를 버티는 청년, 폐지를 줍는 노인, 고시원에서 지내는 노동자, 언덕 위의 고양이까지 시인은 사회 구조에서 밀려나 삶의 가장자리에 놓인 이들을 시로 담아낸다. 시인은 밀려난 현실의 장면과 삶의 본질을 정면으로 응시하지만, 고발하고 재현하기보다는 조용히 바라본다. ‘생의 대부분 먹고사는 일에 보내야 하는/ 숨의 운명, 수북이 쌓인 내장/ 씹을수록 텁텁한 어둠은/ 또 다른 내장 속으로 꾸역꾸역 들어간다.’(수록작 ‘순대 타운’ 중) 시집을 관통하는 미학적 중심은 음악이다. 시집엔 글렌 굴드, 베토벤, 바흐, 사라방드 등 음악에 관한 구체적 언급이 자주 등장한다. 문종필 문학평론가는 이번 시집 해설에서 “현대사의 폭력에 쓰러져간 안타까운 영혼이라든지, 이런 모습들이 시집 속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적 요소와 함께 묻어나온다”며 시인에 대해 “음악을 껴안은 채 이곳을 바라보는 리얼리스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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