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피해보상·재발방지에 1조 투입…100억 정보보호기금 출연도

2025-07-04

그간 ‘위약금 면제’와 관련해 재무적 부담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해온 SK텔레콤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해킹 사고 이후 다른 통신사로 이동하는 고객의 위약금을 면제하기로 한 것이다. 이날 정부 민관 합동조사단이 “위약금 면제 등의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정 조치를 취하겠다”며 압박한 데 따른 결정이다. 또한 1조 원 규모의 정보 보호 투자 및 고객 보상 방안을 내놓으며 재발 방지에도 나설 예정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4일 민관 합동조사단의 ‘SK텔레콤 사이버 침해 사고 조사 결과’ 발표 직후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SK텔레콤의 모든 임직원은 민관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 중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약정 고객 해지 위약금 면제’다. SK텔레콤은 침해 사고 발생 전(4월 18일 24시 기준) 약정 고객 중 침해 사고 이후 해지한 고객 및 이달 14일까지 해지 예정인 고객을 대상으로 위약금을 면제한다. 위약금은 약정 기간 내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제공받은 할인 혜택의 전부 혹은 일부를 반환하는 금액으로, 단말지원금 반환금 또는 선택약정 할인 반환금이 여기에 해당된다. 다만 단말기 할부금은 단말기 자체를 할부로 구매한 대금인 만큼 통신 서비스 약정과는 별개의 구매 계약이기 때문에 위약금 면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유 대표는 “위약금 면제는 회사 입장에서 큰 결정이고 손실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행하기로 했다”며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SK텔레콤에 대해 이탈 고객에게 약정 위약금을 면제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위약금 면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유 대표는 올 5월 국회 청문회에서 “고객 1인당 평균 위약금을 10만 원으로 추산할 경우 약 250만 명 면제 시 2500억 원 이상의 직접 손실이 발생하며 가입자 이탈로 인한 매출 감소까지 고려하면 3년간 총손실 규모는 7조 원을 넘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실제 SK텔레콤은 이날 공시를 통해 해킹 사태에 따른 고객 보상과 가입자 이탈 등 시장 상황을 반영해 올해 매출액 전망을 17조 8000억 원에서 17조 원으로 8000억 원 하향했다. 하지만 전일 이재명 대통령이 “회사의 귀책사유로 피해자들이 위약금 등 손해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대통령실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말하면서 위약금 면제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탔다. 민관 합동조사단 역시 “‘안전한 통신 서비스 제공’이라는 계약상 의무를 SK텔레콤이 먼저 위반했다”며 “위약금 면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SK텔레콤이 다른 통신사와 달리 민감한 정보를 제대로 암호화하지 않고 해킹 정황을 늦게 신고하는 등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유심 정보 유출은 다른 보호 조치가 없다면 제3자가 유심 복제를 통해 이용자의 전화번호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이용자에게 걸려온 전화 또는 문자를 제3자가 가로챌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사고 초기부터 SK텔레콤 이용약관의 위약금 면제 규정을 이번 침해 사고에 적용 가능한지에 대해 법률 자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5개 기관 중 4개 기관이 위약금 면제 규정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한 곳은 현재 자료로는 판단이 어렵다며 판단을 유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SK텔레콤이 정부의 위약금 면제 가능 판단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행정지도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SK텔레콤은 중장기 정보 보호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우선 SK텔레콤은 국내 통신·플랫폼 기업 중 최대 수준의 정보 보호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향후 5년간 7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며 정보 보호 전문인력을 기존 대비 2배로 늘리고 정보 보호 기금 100억 원을 출연해 국내 정보 보호 업계에 투자한다. 8월 요금 50% 할인과 매월 데이터 추가 제공 등 고객 보상 차원의 이벤트에도 5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 또한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조직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격상하기로 하고 아마존 보안엔지니어링 디렉터, 삼성전자 보안 담당 임원 등을 역임한 이종현 박사를 신임 CISO로 영입했다.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의 이 같은 결정이 고객 신뢰 회복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약금과 관련해서는 사업자 책임으로 볼 수 있는지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면서도 “SK텔레콤이 법적으로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용자에게 도의적·사회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이번 침해 사고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리고 고객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수준의 정보 보호 체계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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