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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향후 4년간 미국에서 5000억 달러(약 714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에 새로운 것이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 입장에서도 막대한 규모의 자본 지출이지만 기존에 예상되던 투자 흐름에서 크게 벗어날 것이 없다는 진단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애플의 이번 투자 계획과 관련해 “계획된 지출 중 실제로 새로운 지출이 얼마나 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며 “애플과 같은 규모 기업이 얻을 수 있는 큰 이점 중 하나는 일상적인 업무 과정에서 엄청난 숫자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은 앞서 “앞으로 4년 동안 미국에 5000억 달러 이상을 지출 투자할 계획”이라며 “미국에 대한 투자는 이번이 역대 최대 규모”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이후 ‘역대급’ 투자 계획을 밝혔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었지만 각론으로 들여다보면 신규 투자 계획은 의문이라는 게 WSJ 지적이다.
WSJ에 다르면 애플은 지난 4년간 총 운영 비용과 자본 지출(CAPEX)에 약 1조 1000억 달러를 썼다. 이런 상황에서 월가에서는 애플이 앞으로 4년 간 약 1조 3000억 달러의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애플 매출의 약 43%가 미주 지역에서 발생하고 매출은 지출 규모와 비례한다. 이를 반영해 계산하면 글로벌 지출의 약 40%인 미주 지역 투자는 약 5050억 달러로 추산된다. 즉 이번에 발표한 투자 규모와 거의 일치한다는 설명이다. WSJ은 “디민 국내에서 새로운 추가 지출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애플이 중국 외의 지역에서 제조 기반을 다각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 투자에 대한 조건은 무르익었다”고 평가했다.
애플의 자금 조달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UBS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보그트는 이날 리포트에서 2024회계연도에서 애플은 95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섰고 이는 회사 현금의 약 80%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자사주 매입에 현금을 많이 소진했다는 의미다. 그는 리포트에서 “애플이 부채 비율을 상당히 늘리거나 자사주 매입 속도를 줄여야 하는데, 두 가지 모두 가능성이 작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애플의 이번 투자 발표가 그렇게 덜 극적인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WSJ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인 애플이라고 하더라도 5000억 달러의 신규 기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 “아이폰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어 애플은 막대한 비용이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할 동기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