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시드니 본다이 해변의 유대교 명절(하누카) 행사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은 10세 소녀부터 80대 노인까지 무고한 시민 1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5일(현지시간) 호주 일간지 디오스트레일리언에 따르면 총기 난사로 남편을 잃은 라리사 클레이트만은 “그(남편)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가 총에 맞은 것 같다”며 “우리는 평생을 살아남기 위해 싸워왔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여기서 일어날 수 있나”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사망한 남편 알렉산더 클레이트만(87) 모두 홀로코스트 생존자라고 밝혔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지원 단체 ‘주이시케어’는 2022~2023년 연례 보고서에서 “어린 시절 라리사와 알렉산더는 홀로코스트의 형언할 수 없는 공포를 겪었다. 알렉산더는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시베리아의 참혹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였다”고 적었다. 주이시케어는 “하지만 과거의 상처는 그들이 더 밝은 미래를 꿈꾸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들은 나중에 우크라이나에서 호주로 이민했다”고 이들의 사연을 전했다.
최연소 사망자인 마틸다(10)의 유가족도 슬픔에 잠겼다. 마틸다의 이모 리나는 조카가 부모님, 6세 여동생과 함께 하누카를 기념하기 위해 사건 당일 본다이 해변에 갔으며 조카가 총탄에 맞아 많은 피를 흘렸다고 CNN에 말했다. 마틸다는 급히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리나는 마틸다에 대해 “정말 사랑스럽고 행복한 아이였고 미소도 아름다웠다”며 “아이들은 행복해야 한다. 해변에서 뛰어놀아야지 총탄이 날아다니는 것을 걱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드니를 관할하는 뉴사우스웨일스 주경찰청에서 40년간 일한 은퇴 경찰관 피터 마(66)도 이번 사건의 희생양이 됐다. 랜드윅 럭비 클럽은 성명을 내고 “마는 클럽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1군 감독이자 헌신적인 자원봉사자였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 당일 사진작가로서 행사 사진을 찍다가 변을 당했다.
랜드윅 럭비 클럽은 “그가 경찰관으로서 위험한 최전선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 은퇴 후 열정을 쏟던 사진 촬영 중에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 비극적인 아이러니”라고 밝혔다.

전날 오후 총성이 울린 이후 해변이 ‘피바다’가 됐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백사장에 남은 담요, 신발, 물병 등은 당시 시민들이 얼마나 황급히 대피했는지를 보여줬다.
유대인 옹호 단체에서 일하기 위해 2주 전 이스라엘에서 호주로 이주한 변호사 아르센 오스트로프스키도 총탄이 머리에 스쳐 다쳤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본 것은 완전한 악이었고 말 그대로 피바다였다. 시신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며 “호주에서 이런 일이 가능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