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구두’ 대신 평범한 검정단화···교황이 늘 찾았던 단골 신발가게 재조명

2025-04-25

프란치스코 교황 즐겨신던 평범한 구두

아르헨티나에서 3대째 운영하는 가게

“편하고 오래신는 신발” 떨어지면 또 사서 신어

교황 선종 이후 고향 찾는 인파 이어져

훗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될 이는 항상 같은 가게에서 신발을 샀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끈 달린 검은색 가죽 구두다. 교황이 되기 전, 20대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신부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플로레스 지역의 작은 신발 가게에서 항상 이 구두를 사신었다.

“단순하죠. 편해서 요즘 웨이터들이 즐겨 신는 신발이예요. 오래오래 신을 수 있는 신발이에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3대째 이어 구두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52세의 후안 호세 무글리아가 말했다. 플로레스 지역 최초의 구두수선공이었던 무글리아의 할아버지는 1945년 처음 가게 문을 열었다. 가게와 불과 한 블록 떨어져 있는 산호세 플로레스 대성당에서 예수회 신부로 재직하고 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글리아의 할아버지에게 처음으로 구두를 샀다. 무글리아는 “할아버지, 아버지께서 호르헤 신부님이 이 신발을 사러 왔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며 “이 신발을 좋아하시고, 항상 신으셨다”고 회고했다.

AP통신은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이후 교황의 ‘단골 가게’였던 구두가게를 찾는 발길이 부쩍 늘었다고 보도했다. 단순한 검정 구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겸손과 청빈, 격식을 차리지 않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신발의 현재 가격은 170달러(24만원) 정도다. 아르헨티나의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반영된 가격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구매하던 시절의 구두 가격은 훨씬 쌌다.

교황은 구두를 신다가 떨어지면 같은 구두를 또 사갔다. 지역의 젊은 사제들도 교황을 따라 튼튼한 밑창이 달린 검정 구두를 사갔다. 무글리아는 “도시의 모든 대성당에서 사제들이 신발을 사러 왔고, 젊은 사제들 중에는 로마에서 여기까지 와 사려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했을 때, 무글리아는 교황에게 새 신발을 선물로 보내겠다고 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이가 들면서 발이 부어 로마에서 발에 맞는 신발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이후 무글리아의 가게에 교황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려는 지역 주민과 기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범한 검정 구두가 주목받는 것은, 전임 교황들이 신던 화려한 고급 신발과 대조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 교황들은 화려하게 수를 놓은 벨벳이나 실크 구두를 신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임인 베네딕토 16세는 붉은색 명품 맞춤 구두를 신어 시선을 끌었다. 패션지 에스콰이어매거진은 2007년 ‘올해의 베스트드레서’ 액세서리 부문에 선정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르네상시 시대부터 교황들이 입어왔던 털 달린 벨벳 케이프 대신 흰색 겉옷을 입고 교황용 리무진 대신 포드의 포커스 차량을 이용하는 등 화려함과 거리를 두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격의 없이 다가갔다.

플로렌스 지역 주민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항상 검소하게 살면서 도시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했던 이로 기억했다. 교황은 친구든 낯선 이든 누구나와 함께 아르헨티나의 대표 음료인 마테차를 나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신문 등을 파는 가판대를 운영해온 안토니오 플라스티나(69)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다른 아르헨티나인들처럼 축구와 정치 등 온갖 잡담을 나눴다”고 회상했다.

플라스티나는 교황이 항상 두 종류의 신문을 사서 건너편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읽었다고 전했다. 대주교와 추기경이 된 이후에도 변함없었다.

그는 교황에 대해 “놀라운 인물이었고 아름다운 추억들이 남았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년기를 보낸 집 앞에는 주민들이 손수 쓴 편지와 꽃다발이 가득하다고 AP는 전했다.

교황의 이웃이었던 91세의 알리시아 지간테는 말했다. “시력은 사라지지만 기억은 오래 남습니다. 한결같았던 친절함과 미소를 오래도록 기억할거예요. 초인종을 누르면 나와서 언제나 축복해주고 어루만져 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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