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얀트리 현장서 비상 대피훈련 없었나… “공사현장,일반 건물보다 위험”

2025-02-17

화마로 6명이 숨진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공사장에서 화재 상황을 가정한 대피 훈련을 받지 못했다는 현장 인부 증언이 나왔다. 이 때문에 불이 났을 때 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것이라고 숨진 인부들의 유족은 의심한다.

“화재 대피 훈련 없었다” 인부 증언

1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불이 난 지난 14일 반얀트리 호텔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현장 인부 C씨는 “이 현장에 3개월 동안 일하면서 화재 대피훈련은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실내 공간이 넓었고, 통유리로 덮인 곳들이 많았는데 그런 공간에 연기가 들어찼다면 나도 탈출할 수 있었을지 자신이 없다”고 덧붙였다.

현장 화재 감시자에 대해선 “화재 감시자는 빨간 조끼를 입는다. 현장에서 여러 번 봤다. 다만 막바지 공정이라 모든 게 정신없이 돌아갔다”고 했다. B동 1층 PT룸(배관 유지ㆍ관리를 위한 공간) 배관 주변에서 불과 연기가 치솟았을 때 C씨는 옆 건물인 A동 저층부에서 작업 중 몸을 피했다고 한다.

C씨는 화재로 숨진 김모(64)씨 유족과도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김씨의 딸은 “곳곳에 자재가 쌓인 현장에서 불이 났다. 훈련도 받은 적이 없다면 아버지도 대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늘 바뀌는 공사장 경로, 훈련 중요성 커”

건설기술진흥법은 건설공사 중 불이 났을 때를 대비한 비상 대피 훈련과 관련해 ‘단열재 시공 시점부터 월 1회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오는 5월 개관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이뤄지던 이 현장에서 C씨처럼 한 달 넘도록 이런 대피 훈련을 받지 못한 이들이 있는 경우 법 위반 소지가 있다.

공사 현장의 화재 대피 훈련 중요성에 대해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공정에 따라 통행이 가능한 경로가 늘 바뀐다는 점에서 일반 건물과는 여건이 다르다. 이 때문에 불이 났을 때를 대비해 인부들이 탈출 동선을 숙지할 수 있도록 훈련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망자 부검 마쳐… 오늘 일부 유족 조사

화재 원인 등을 수사하는 부산경찰청은 전날 소방당국을 포함한 관계 기관과 현장 합동 감식을 거쳐 17일엔 사망자 6명 부검을 마쳤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인부들 모두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화재사에 해당한다는 부검의 소견이 나왔다. 통상 결과 보고서가 나오는 데까지 감식은 1주, 부검은 2주 정도 걸리지만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한다.

이날 일부 유족을 대상으로 한 조사도 진행된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6명 가운데 빈소가 부산에 있는 건 4명이다. 오늘 타지에 빈소를 둔 사망자 2명의 유족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4명의 유족에 대해선 장례 절차를 끝낸 후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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