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재해 보고 의무 위반 사업장이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가 공표한 것보다 실제로는 9배가량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30대 대기업 계열사 사업장 중 산재 보고 의무를 위반한 사업장도 14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공표에는 30대 대기업 중 삼성중공업 단 한 곳만 포함됐다.
산업안전보건법은 3일 이상 휴업에 해당하는 질병 산재가 발생하거나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가 고용노동부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보고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매년 최근 3개년간 보고 의무를 2회 이상 위반한 사업장을 공표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가 21년에서 23년 사이 산재 보고를 2회 이상 위반한 사업장으로 공표한 곳은 총 18곳이었다. 그러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산재 보고 의무를 2회 이상 위반한 사업장은 164곳에 달했다.
21년에서 23년 사이 산재 보고 의무를 위반한 사업장 중 3회 위반한 곳은 18곳, 4회 위반한 곳은 9곳이었고, 5회 이상 위반한 곳도 7곳 있었다. 특히 케이피건설의 경우 보고 의무를 9회 위반했으나 고용노동부 공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기업 계열사 사업장의 보고 의무 위반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가 공표한 18개 위반 기업 중 30대 대기업 계열사의 사업장은 삼성중공업 단 한 곳이었으나, 실제로는 14곳이 보고 의무를 위반했다. 13개 대기업 계열사 사업장의 산재 보고 의무 위반이 은폐되었던 셈이다. 14곳에는 21년 보고 의무를 4회 위반한 SK하이닉스, 22년 3회 위반한 두산에너빌리티, 22년 2회 위반한 LG전자 등이 포함됐다.
공기업이 산재 보고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한국철도공사는 21년에서 23년 사이 산재 보고 의무를 3회 위반했으나, 고용노동부 공표에서는 제외됐다. 한국철도공사는 20년부터 지난 8월까지 22년을 제외하곤 매년 상습적으로 산재 보고 의무 위반 사실이 적발되는 등 최근 5년간 총 19회 산재 보고 의무를 위반했다.
강 의원 측은 “고용노동부 공표와 현장 사이 간극은 고용노동부가 공표를 위해 활용하는 집계 기준의 허점으로 인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강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는 산재 보고 의무 위반을 적발한 시점을 기준으로 작성된 반면, 고용노동부 공표는 산재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집계된다. 이 같은 고용노동부의 공표 기준에 따르면 보고 의무 위반 사실을 3년이 지나 적발하는 경우 공표 대상에서 빠지는 구멍이 발생한다.
강 의원은 “위반 사업장이 공표에서 빠지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표 기준을 변경하는 것은 물론, 정부기관·공공기관·지방정부기관과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 중대재해사고 반복 사업장 등에 대해서는 3년간 2회 이상이라는 조건 없이도 공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재 보고의무의 상습적 위반을 범죄로 여기고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