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45% 관세 폭탄에 외교전 확대 나서는 中… ‘내 편 만들기’ 사활 [차이나우]

2025-04-1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율 관세로 다시 미·중 무역전쟁의 불을 지피자 중국이 외교·통상 전선을 총동원하며 대응에 나섰다. 전통적 우방국들과의 연대를 재확인하는 한편, 유럽과 동남아 주요 국가들을 상대로 반미 공조 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국가는 중국과의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중국의 외교 공세가 반드시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맞불 관세·외교 총공세… ‘반미 연대’ 구축 나선 중국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최고 145%의 누적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은 외교 전면전에 나섰다. 단순히 맞불 관세를 넘어 국제무대에서 ‘내 편’을 확보하기 위한 광폭 외교가 펼쳐지고 있다.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등 주요 신흥국 장관들과 화상 통화를 연달아 진행하며 미국의 일방적 관세 조치에 대한 공동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인 남아공,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순회의장국인 말레이시아와의 연계는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를 중심으로 반미 여론을 확대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유럽과도 접점을 넓히고 있다. 왕 부장은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과의 협의 끝에,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문제를 재조정하기 위한 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중국산 전기차에 ‘최저 수출가격’을 설정하는 방안이 협상의 핵심으로, 고율관세 대신 시장 접근을 유지하려는 유럽과 가격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이해가 맞닿은 결과다. 이에 앞서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자유무역 질서 수호를 위한 중·EU 협력”을 강조하며 7월 중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4일부터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순방하며 동남아시아 지역 우군 확보에 나선다. 이들 국가는 각각 중국의 최대 교역국, 화교 비중이 높은 중립국, 친중 성향 국가로 분류된다.

중국의 외교전은 지난 8∼9일 열린 중앙주변공작회의의 전략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시 주석은 이 회의에서 주변국과의 운명공동체 구축을 강조했고, 공급망 협력 확대와 전략적 신뢰 강화가 외교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시 주석은 11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도 직접 회담을 가졌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패권적 관세정책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며 장기전에 대비한 여론전까지 병행하고 있다.

◆EU, 관세 압박에 中과 관계 복원 시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1일 해당 사안에 정통한 인사 5명을 인용해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7월 말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하며 이로써 EU·중국 정상회담이 2년 연속으로 베이징에서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원칙적으로는 개최지를 번갈아 가면서 바꾸는 것이 관례지만 시 주석이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 방문에 소극적으로 알려지면서 안토니우 코스타 EU 이사회 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등이 방중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SCMP는 “아직 공식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EU 측이 자발적으로 베이징을 방문하려는 움직임은 미국과의 관계가 붕괴된 현 시점에서 중국과의 재관계 구축에 진지하게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EU는 그간 중국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접근법과 경제적 불만 등을 문제삼아왔다. 특히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산 저가 제품이 유럽 시장으로 몰려오면서 자국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최근 미국이 잇단 대중 추가 관세 조치를 발표하면서 더욱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EU는 최근 수년간 악화일로를 걸었던 중국과의 관계를 되돌리려 하고 있다. 대중 강경파로 분류됐던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역시 올해 들어 중국에 대한 언급에서 부드러운 어조를 취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의 통화 후 EU가 발표한 공식 브리핑에서는 인권 문제 등 전통적인 비판 의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시 주석과 회담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번 주 세 번째 방중에 나섰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올해 하반기 중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복수의 관계자들이 SCMP에 전했다.

또 중국 정부는 그간 이번 회담을 시 주석이 아닌 리 총리급에서 진행하길 원해왔지만 EU는 2020~2023년 동안 시 주석이 세 차례나 정상회담에 참석한 전례를 언급하며 이를 유지하길 원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중·EU 수교 50주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이기도 하다.

지난 1월 취임한 코스타 이사회 의장은 시 주석과 통화를 하며 방중 초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2월에는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브뤼셀을 방문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코스타 의장과 함께 방중해 회담을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SCMP는 당시만 해도 EU는 시 주석의 유럽 방문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중국 최고 지도자와의 면담을 위해서는 그의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데 수긍한 분위기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올해 시 주석과의 면담을 위해 유럽 정상들의 방중이 잇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국가는 거리두기… 中 설득력에 한계도

하지만 중국의 이 같은 외교 총력전이 모든 국가에서 통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고 해서 곧바로 중국과의 연대를 선택하는 미국의 우방국은 많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호주와 인도다. 두 나라는 중국과의 국경 분쟁, 경제 보복 등 과거 갈등의 기억이 뚜렷한 만큼 전략적 자율성을 중시하며 중국의 외교적 제안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우리는 스스로를 대변할 것”이라며 중국과의 연대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AP통신은 인도 역시 중국의 외교적 접근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반응은 미국과의 관계에 대한 불만이 있더라도 중국과의 관계 회복이 대안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인도는 미국·일본·호주와 함께 쿼드(Quad) 안보 협력체의 핵심국가로 중국과의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호주 역시 안보와 경제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처럼 미국의 관세정책이 동맹국들 사이에 불만을 야기하고 있지만 중국이 기대하는 반미 연대의 형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나온다. 미·중 양국 모두에서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과 외교 블록화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제3국들은 어느 한쪽에 명확히 줄서기를 꺼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펼치는 외교 공세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기치를 내세우고 있지만, 신뢰 회복에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이나우는 ‘중국’(차이나·China)과 ‘지금’(나우·Now)을 합친 제목입니다. 현지에서 중국의 최신 소식을 생생하고 심도있게 전하겠습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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