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 현안 시급한데…꽉 막힌 국회

2025-03-23

길어지는 탄핵 정국에 정치권이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는 형국이다. 국회의 농업분야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도 입법과 농정 감시활동이 사실상 ‘셧다운’ 됐다. 우리 농업이 가축전염병과 무역전쟁 등 대내외적 위기에 직면한 시점이어서 이같은 농해수위의 공전이 더욱 뼈아프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늦어지고 있다. 그 사이 사회가 극단으로 양분되고 정치권도 탄핵 찬반으로 두동강나면서 여야 협상 통로가 좁아진 모양새다.

농해수위 상황도 다르지 않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균열 조짐을 보이던 농해수위는 3월초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경남 사천·남해·하동)의 헌재 관련 발언을 계기로 여야가 완전히 갈라섰다. 여야가 해당 발언을 두고 공방을 벌이면서 당시 일정이 정해진 농해수위 전체회의가 파행을 빚었다. 이후 여당은 야당의 농해수위 소집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20일 농해수위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도 여당과 정부 참석 없이 반쪽짜리로 열렸다.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처리되긴 했지만 상정된 대부분의 법안은 정부 부재 탓에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고 결국 계류됐다. 여기엔 한우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이른바 ‘한우법 제정안’과, 할당관세 적용 때 농가 입장을 반영하도록 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농업계의 관심 법안도 포함됐다.

농가경영 안정 차원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폐기된 4건의 농업법안의 대안을 논의하는 일도 시급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이중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보험법’은 야당 입장을 일부 수용한 대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농해수위는 물론 여·야·정 국정협의회까지 꽉 막혀 추가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외적으로 미국 행정부가 예고한 상호관세 발표 시점(4월2일)이 다가오고 국내에선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문제가 심각하지만 농해수위가 삐걱대면서 농정당국의 대응은 제대로 점검되지 않고 있다. 20일 법안소위에서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등 가축전염병과 직결되는 법안이 안건으로 올랐는데 농정당국은 회의에 불참했다”고 비판했다.

농지와 직불제 등 농정의 근간이 되는 제도의 향방도 오리무중이다. 최근 농식품부는 국회에 ‘농지제도 개혁방안’과 ‘2025∼2029 제1차 공익직불제 기본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를 토대로 농지와 직불제가 나아갈 방향을 논의해야 하지만 국회는 혼란한 정국을 빌미로 제도의 논의를 그 여부와 시점이 불투명한 ‘조기 대선 후’로 미뤄 놓은 상태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은 여야가 군불만 때면서 농업계를 희망고문하고 있다. 농업계는 농번기 전에 ‘무기질비료 가격보조’를 포함한 추경 편성을 요구해왔다. 여야가 최근 한목소리로 정부에 추경안 작성을 주문하긴 했지만, 정부는 추경 원칙 등에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가 추경안을 만들어도 여야가 이를 두고 줄다리기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커진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농촌소멸위험지역’ 도입을 위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과 온라인도매시장 법제화를 위한 ‘농안법’ 개정이 미뤄지고 추경도 늦어지면서 농업·농촌의 속앓이가 깊어진다”면서 “여야가 정쟁에 몰두할 게 아니라 긴급한 농업 현안에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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