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소녀의 권리, 그리고 성평등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하면 함께 모여 행동하고 저항할 수 있을까? 이것이 지난달 22일과 23일 양일간 프랑스에서 개최된 제4차 페미니스트 외교장관 회의의 핵심 질문이었다. 이번 회의에는 전 세계 각 지역의 외교부 장관들을 비롯해 국제기구, 공공개발은행, 시민사회, 학계와 자선재단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019년부터 프랑스는 성평등과 여성의 권리를 외교활동 전반의 우선순위로 삼는 페미니스트 외교를 추진해오고 있다. 평화와 안보, 개발, 민주적 거버넌스, 과학과 혁신 등 수많은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페미니스트 외교는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공공정책과 견고한 파트너십을 통해 실질적으로 구현되고 있다.
프랑스는 여성과 소녀의 권리 및 성평등 수호를 정의롭고 포용적이며 평화롭고 지속 가능한 사회 구축을 위한 전략적, 지정학적 과제로 삼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협상 과정에 여성이 참여할 경우 해당 과정이 지속될 가능성이 35% 높아진다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성평등을 충분히 반영한 정책은 기후변화 대응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하며 우리 사회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2025년 3월7일, 프랑스는 ‘페미니스트 외교를 위한 국제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성 및 재생산 건강에 대한 권리’를 한층 강화하고, 성평등을 프랑스 외교의 중심축으로 삼아 위기와 분쟁, 기후변화, 보건, 국제금융, 디지털 및 인공지능(AI)과 같은 현대의 주요 도전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프랑스의 페미니스트 외교는 상징적인 여러 이니셔티브를 실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0년 출범한 ‘여성단체지원기금’이 있으며, 전 세계 75개국 1400개가 넘는 여성단체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는 2024년 대한민국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설립된 온라인 여성권리 연구소를 들 수 있다. 이 새로운 형태의 협력 모델을 통해 프랑스와 한국은 상호 교류를 확대하고, 국제 플랫폼 내에서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공유해 디지털 환경에서 벌어지는 성별에 기반한 폭력이라는 양국 사회 모두에 만연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렇듯 국제사회가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통해 진전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야 할 일은 많다. 유엔여성기구에 따르면, 지금의 추세로는 실질적인 성평등을 이루는 데 약 300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오늘날에도 성 불평등은 계속되고 있으며, 오히려 심화하는 추세도 보인다.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분쟁 상황에서 발생한 성폭력은 50% 증가했다. 너무나 많은 나라에서 수백만명의 여성이 자기 신체 결정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1억9300만명의 여성은 생명이 위태로운 경우에만 임신중지가 허용되고, 1억4200만명의 여성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임신중지를 할 수 없다. 아프가니스탄, 이란, 가자, 우크라이나, 수단 등 다양한 위기로 인해 사회구조가 흔들리는 곳마다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여성의 권리이다. 여성의 권리가 제한되고 성별에 따른 차별이 만연한 곳마다 혁신과 기업활동은 위축되고, 결국 사회 전체의 발전이 저해된다.
여성의 권리와 성평등을 위한 재정 지원이 크게 감소하고 반인권 세력이 부상하는 국제 환경 속에서, 제4차 페미니스트 외교장관 회의는 여성의 권리와 성평등을 수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공동의 결의에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우리의 결의와 공동의 포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고위급 회의였다. 함께 모인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