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F로 실직 이후 1999년 첫 창업부터 3000평 부지 공장 확장, 인도 법인 설립까지 25년여간 적시에 자금 공급이 없었다면 이만큼 성장이 어려웠을 겁니다. 프레스 금형 분야에서 정통성과 기술력을 지키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해 금탑·은탑산업훈장까지도 수상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경기도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업체 에스아이티의 전제중 대표는 지난 20여년간 꾸준한 기업 성장을 이룬 배경에는 국책은행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면서 이처럼 말했다. 전 대표는 40여년간의 금형 분야 경력을 바탕으로 에스아이티를 창업했다. 지난해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된 것은 물론 2023년에는 산업포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에스아이티는 지난해 매출 200억원을 돌파했다. 이 회사는 와이퍼나 연료펌프, 클락션 등 자동차 부품과 냉장고 등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한다. 국내 프레스 금형 분야에서 매출 200억원까지 성장한 기업은 흔치 않다. 프레스 금형을 독자 설계할 수 있는 연구개발 역량 뿐만 아니라 금속판이 여러 공정을 거치며 연속적으로 가공하는 자동화 금형 기술 역시 보유하고 있다.
전 대표는 “꾸준한 기술 개발을 통해 독일에서 전량 수입하던 부품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수주 물량이 급격하게 증가해 새 장비를 들일 공간이 필요했는데, 다른 시중은행 대비 산업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기업은행 덕에 더 큰 금액을 투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의 설비투자를 통해 에스아이티는 기존 550평에서 3000평으로 공장도 증설할 수 있었다.
에스아이티는 베트남과 중국에 이어 인도 진출까지 모색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인도 시장에 이미 진출해 있을 뿐만 아니라 인도 현지업체의 자동차 생산량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도 전 대표는 기업은행의 도움을 받았다. 인도 뉴델리 지점 직원들이 2340km 떨어진 첸나이 현장까지 방문했을 정도라는게 전 대표의 설명이다.
반월공단 뿐만 아니라 국가산단에 입주한 에스아이티와 같은 뿌리기업 다수는 기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이 아니면 장기적인 자금 공급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처지다. 여타 시중은행의 경우 담보물이 있더라도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만큼 위험이 크고 성장이 더딘 제조업체에 여신을 늘릴 유인이 크지 않다. 공단 입주 기업 뿐만 아니라 금융권 안팎에서는 “국가산단 입주 기업 절반 이상은 기업은행 대출을 받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정길재 IBK기업은행 반월MTV지점장은 “반월·시화공단에서만 약 30년 가량을 근무하며 중소기업 현장을 만나왔다”면서 “중소기업에게 끊을 수 없는 은행, 필요할 때 등 돌리지 않는 은행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