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15일 조선인민군(북한군) 항공육전병부대의 훈련을 지도하는 모습 / 사진=뉴시스
북한이 약 2개월 만에 탄도미사일 발사에 나선 것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압박, 한국 측 군사대비태세 확인, 북한 내부 결속 등 다목적용 포석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미국령 괌을 사정권으로 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전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군통수권자가 연이어 바뀐 한국 측의 군사대비태세를 떠보거나 러시아 파병으로 어수선한 북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의도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6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군은 이날 낮 12시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미사일은 1100여㎞ 비행 후 동해상에 떨어졌다. 통상 IRBM의 사거리는 1000~5500㎞로, 이를 활용하면 북한에서 남동쪽 약 3000㎞ 떨어진 미국령 괌을 타격할 수 있다.
군은 북한이 IRBM의 사거리를 늘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군 감시망에 북한이 ICBM 발사에 쓰는 이동식발사대(TEL)를 운용하는 모습 등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ICBM 시험 발사 시기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오는 20일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 전후로 전망된다.
트럼프 취임 전후 북한이 ICBM을 발사할 경우 '핵보유국' 이미지를 굳혀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 지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5일 전인 10월31일 미국 본토를 겨냥한 ICBM을 시험 발사했다. 또 미 대선을 불과 6시간 앞두고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여러발 발사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달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올해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을 천명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 로이터=뉴스1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2주 앞둔 시점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대미 기선 제압용'일 가능성이 있다"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밝힌 '최강경 대응 전략'이 빈말이 아님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과의 대화를 시작하기 전 의도적으로 한반도 안보 불안 분위기를 조장했다. 핵 군축이나 제재 완화 등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요구하기 위해 안보 불안감을 높이면서 자신들의 몸값도 함께 올리기 위함이었다.
일각에선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도발이 탄핵 정국으로 혼란스러운 한국의 군사대비태세를 확인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가 지난달 지난달 3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1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안을 가결함에 따라 현재 국군통수권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행사하고 있다. 남남 갈등 유발 목적 등도 있을 수 있다.
북한이 2021년 수립한 국방 발전 5개년 계획을 올해 마무리하는 만큼 연초부터 국방력 강화 정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일 것으로도 풀이된다. 또 러시아에 북한군 1만1000여명이 파병된데 따라 북한 내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편 북한이 이날 발사한 IRBM이 극초음속 미사일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극초음속인 마하 5(시속 6120㎞) 이상 속도로 비행하는 미사일이다. 이 속도면 평양에서 서울까지 날아오는 데 약 1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다만 군 당국은 추가 분석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1일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10월31일 아침 공화국(북한) 전략무력의 절대적 우세를 영구화하는데서 획기적 이정표를 세우는 중대한 시험을 현지에서 직접 지도하시었다"라며 전날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북한은 ICBM의 이름이 '화성-19형'이며 북한의 개발한 ICBM의 '최종완결판'이라고 주장했다. /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