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군은 비행거리 기동성 속도 등이 과장된 것으로 판단
전문가 "게임체인저 보유 과시…달라진 전략적 위상 부각"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전날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에 대해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고 7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화상감시체계로 참관했다고 전하면서, “평양시 교외의 발사장에서 동북 방향으로 발사된 미사일의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는 음속의 12배에 달하는 속도로 1차 정점고도 99.8㎞, 2차 정점고도 42.5㎞를 찍으며,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비행해 1500㎞ 계선의 공해상 목표가상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밝혔다.
마하 5(시속 6120㎞) 이상 속도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의 속도라면 평양에서 서울까지 약 1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우리군은 북한의 발표가 한미일의 분석 결과와 차이가 있다면서 특히 미사일의 비행거리와 기동성, 속도 등이 과장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날 합참 발표대로 정점고도 100㎞, 극초음속 활공체(HGV) 분리 시 최대 속도가 마하 10 이상, 비행거리 1100㎞이라면 작년 4월 2일 1차 발사 때보다 HGV 비행특성에 부합하는 기동 특성 및 탄착 직전까지 극초음속 성능을 얻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극초음속 미사일이 어느 정도의 기술적인 진전을 이뤘는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지만, 이번에 러시아로부터의 기술 지원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북한은 이날 “발동기동체 제작에 새로운 탄소섬유 복합재료가 사용됐으며, 비행 및 유도조종 체계에도 이미 축적된 기술들에 토대한 새로운 종합적이며, 효과적인 방식이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시험발사 결과에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고, “이런 무기체계를 보유한 나라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될 것”이라고 했다거나 “우리는 결코 쉽지 않은 기술력을 획득했다. 이것은 마땅히 자부해야 할 자위력 강화에서의 뚜렷한 성과이며, 하나의 특대사변이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의 기본 목적은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수단, 즉 누구도 대응할 수 없는 무기체계를 전략적 억제의 핵심축에 세워 핵전쟁억제력을 계속 고도화하자는데 있다”면서 “오늘의 시험 결과로 전투적 성능을 완벽하게 갖춘 미사일 체계의 실효성이 확안됐다. 그 어떤 조밀한 방어장벽도 효과적으로 뚫고 상대에게 심대한 군사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15일 전에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달라진 전략적 지위를 인정받고 동시에 달라진 협상 구도를 요구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소위 게임 체인저를 보유한 국가로서 핵무기 고도화 수준에서 트럼프 1기와는 다른 전략적 위상을 갖고 있는 점을 부각했다”며 “한반도 인근 해역과 서태평양상에 전개되는 미국의 전략자산, 주일미군, 괌, 미 본토 등을 타격할 수 있는 변칙성 강한 무기 보유로 대미 억제력 강화를 과시하려는 의도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북한은 미국 대선 및 대통령 취임 전후로 주요무기를 발사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2018년 이전까지는 미국과의 대화 상대로서 북한의 존재감 부각에 초점을 맞췄다면 2019년 이후 대화 자체보다는 미국의 협상 방식이나 태도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핵보유국으로의 대등함 속에서 위협 감소와 관계 개선을 압박하는 메시지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과의 대화 관심을 드러내는 메시지, 트럼프 2기 행정부 외교안보 라인에 대중국 및 대북한 강경론자 포진, 리처드 그리넬 특사, 월리엄 해리슨(백악관 부비서실장), 알렉스 웡(국가안보 부보좌관) 지명 등 조기 북미대화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에 확실한 메시지, 대화 위해선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인정하고 비핵화가 아닌 위협 감소를 위한 핵군비통제, 관계 개선 등 협상 구도의 변화를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