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방어에 리스크 관리까지"···강태영 농협은행장 하반기 경영전략 '이중고'

2025-07-03

올 들어 주택담보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렸던 NH농협은행이 가계대출 규제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하반기 총량 목표가 절반으로 쪼그라들면서 수도권 대출성장 여력이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자이익 역성장과 연체율 급등까지 겹친 상황에서 강태영 행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는 모양새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이달 말까지 성실상환 차주를 대상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한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29일에는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신규 접수를 중단했고, 6월 9일부터는 수도권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도 멈췄다.

아울러 지난달 2일부터 타행 전세자금대출의 자행 대환 접수도 일시 중단했다. 같은달 25일에는 주담대 신청 시 가입하는 모기지신용보험(MCI/MCG) 가입도 한시적으로 제한했다.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해 실질적인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농협은행이 가계대출 문턱을 잇따라 올린 이유는 올 상반기 적극적인 영업으로 대출 총량이 급격히 늘어나서다. 올해 농협은행의 주담대 증가율은 금융당국이 정한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경상성장률·3.8%)보다 높다.

농협은행의 올해(1~5월) 주담대 증가율은 5.6%로, 4대 은행(KB국민 1.4%, 신한 1.6%, 하나 0.8%, 우리 2.4%)을 크게 앞섰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농협은행을 은행권 첫 번째 가계대출 현장점검 대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많이 늘린 주담대···고강도 규제에 '부메랑'

특히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관계기관 합동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상반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당초 연간 총량은 경상성장률(3.8%) 내 관리가 목표였지만, 하반기에는 사실상 1.9% 수준으로 대출 증가를 제한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7월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적용되면서 모든 가계대출에 최대 1.5%포인트(p)의 스트레스 금리가 붙는다. 정책모기지도 연간 계획의 25%까지만 공급되도록 제한돼 실수요자 대출 창구까지 함께 좁아졌다.

정부의 이례적인 고강도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농협은행은 수도권에서 가계대출을 늘리기 어려워졌다. 상반기 대출 성장세를 고려했을 때 3분기 이후에는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몸집 대비 상당히 큰 편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농협)의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 3조9000억원 가운데 농협은행의 비중은 29%에 달했고, 5월에는 47%까지 치솟은 것으로 열려졌다.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약 146조원)은 국민은행에 이어 2위 수준으로, 타 은행 대비 더욱 엄격한 관리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강화된 가계대출 규제는 수도권에만 적용되지만 전국 주택 자산의 약 70%는 서울·경기권에 집중돼 있다. 사실상 수도권에서 가계대출 영업이 어려워진 농협은행 입장에선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하반기 전략 수정 불가피···"총량 관리 차질 없다"

이 같은 대출 영업환경 변화는 농협은행에 상당한 경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농협은행의 이자이익은 1조84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2.00%였던 순이자마진(NIM)도 1.75%로 급락했다. 당기순이익(5544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31.5% 급증했으나 본업에선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한 셈이다.

특히 타행 대비 취약차주 비중이 높은 특성상 손실흡수능력도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농협은행의 연체율은 0.65%로 지난해 같은 기간(0.43%) 대비 0.22%포인트(p) 급등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0.39%에서 0.56%로 0.17%p 높아졌다. 반면 대손충당금 적립률(197.8%)은 전년 동기 대비 68.4%p나 감소했다.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된 가운데 수도권 대출 여력까지 소진되면서 강태영 행장의 고심은 한층 깊어지게 됐다. 상반기까지는 이익 방어에 성공했지만 연말로 갈수록 외형 성장뿐 아니라 질적 관리에 대한 부담도 동시에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강 행장 입장에선 실적도 방어하고 리스크도 관리해야 하는 이중 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만큼 하반기 전략 수정에 촘촘한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은행 관계자는 "정책자금이 포함돼 상반기 주담대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연간 계획 대비 진도율 범위 내에서 관리돼 왔다"며 "하반기 총량이 줄어든 건 전체 금융권 공통사항으로 농협은행만 불리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대출 제한 조치는 이미 선제적으로 시행했고 상반기 취급분도 계획 범위 안에서 이뤄진 만큼 전체적인 총량 관리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며 "하반기 전략 방향은 내부 검토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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